영세중립국인 스위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해외 수출 군수물자의 대부분을 나치동맹국에 제공했으며 나치가 보유했던 금을 처분하는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스위스의 과거행적을 규명하기위해 설립된 독립전문가위원회(ICE)가 22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공개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는 1940-44년에 해외 군수물자의 84%를 나치동맹국에 수출했으며 나머지 16%는 연합국과 중립국들에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특히 1941년 이후부터 독일은 스위스 무기부품의 주력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스위스 회사들은 상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스위스는 제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에는 전쟁물자의 대부분을 서방진영에 수출했으나 나치당국이 스위스에 대한 석탄수출을 감축하겠다는 위협 속에 해외수출선을나치동맹국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나치의 해외 금거래의 77%가 스위스를 통해 이뤄졌으며 거의 모두 스위스중앙은행을 거친 나치 보유 금거래의 규모는 17억 프랑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당시 나치와 거래한 금의 일부가 인종말살정책의 희생자였던유대인들로부터 갈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위원장인 스위스 역사학자 장-프랑수아 베르지에의 성을 따 `베르지에 위원회'로 알려지고 있는 ICE는 제2차 대전중 스위스의 대외무역 정책은 독자적으로 표방해온 중립성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규명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위스 의회의 결의를 통해 설치된 ICE는 이날 7개 분야에 걸친 최종 보고서 공개를 끝으로 5년여에 걸친 `과거청산' 작업을 마감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