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전문.특별기구의 대다수가 단기 또는 임시 고용계약을 악용하는 등 노동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심지어 전세계의 고용기준 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차도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오다 최근에서야 시정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제네바 소재 노동조합인 `뉴 우드(New Wood)'가 21일 폭로했다. `뉴 우드'는 제네바 소재 유엔기구에 근무하는 임시 직원이 약 4천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5% 가량이 단기 계약직이라고 밝혔다. 일부 유엔기구의 경우 단기계약 직원이 전체 직원의 4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뉴 우드'의 자크 비뉴 노조위원장은 유엔기구에서 일하는 이들 직원의 상당수는 재계약을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현 직위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임시직원'으로 치부하는 것은 오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하인 임시 또는 단기 계약 직원은 가족과 함께 제네바에 거주할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사고.질병에 대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재계약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또한 다른 유엔직원과 달리 주택임대료와 자녀 교육비에 대한 재정보조는 꿈도꿀 수 없다는 것이다. 비뉴 위원장은 "유엔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인권과 노동기준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이 어떻게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느냐"고 "이것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비뉴 위원장은 이른바 `장기간의 단기계약 직원'들은 계약연장 여부와 스위스로부터의 추방에 대한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은 지난 6년 간 2개 유엔기구에서 일하는 동안 적게는 몇 주에서 11개월의 기간까지 모두 14번에 걸쳐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스위스국제방송은 전했다. 이 방송은 "유엔체제의 심장부에서 고용의 어두운 구석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유엔 뿐 아니라 ILO에도 수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ILO는 최근에서야 단기 계약직 문제 해결에 착수해 18개월 전에 120명에 달했던 단기 계약 직원의 수를 27명으로 줄였다. ILO의 인적자원 담당부서의 책임자인 앨런 와일드는 "단기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기계약의 남용이 문제"라고 분석하면서 ILO는 자체적으로 단기계약 직원이 2년 이상 연속으로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유엔체제의 대부분은 국가를 초월하는 조직으로서 특정 국가의 노동법에 구속을받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이 소속된 기구 내부의 규정에 의해서만 보호를 받는다. 일부 유엔기구는 임시 직원 채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타개할 수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리앙 바케로 국장은 "예산의 40%를 기여하는 공여국들이인건비 지출에 감시의 눈을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없다"고 항변했다. WHO는 올 여름까지 임시 직원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바케로 국장은 전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