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와 80년대초 납치와 암살 행위를 일삼았던 이탈리아 극좌 세력인 '붉은 여단'이 21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번 주초 발생한 정부 고문 살해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붉은 여단은 이날 인터넷 사이트(www.caserta24ore.it)에 `붉은 여단-전투공산당'이라는 이름으로 게재한 26쪽의 문서에서 "마르코 비아기(51)노동장관 고문이 부르주아 제국주의를 대변하는 정부에 협조했기 때문에 살해했다"고 밝혔다. 로베르토 마로니 노동장관의 비아기 고문은 노조와 좌익 정치세력들이 강력하게반대하는 정부의 노동 개혁에 자문 역할을 해왔으며 지난 19일 오후 볼로냐 지역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앞서 1999년에도 정부의노동 개혁안에 관여하던 마시모 단토나 정부 고문이 붉은 여단에 의해 살해됐다. 붉은 여단은 또 문서에서 "비아기 고문은 로마니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활동을 벌여왔다"고 살해 동기를 밝혔다. 붉은 여단은 이어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감행한 군사적 보복은 반(反)제국주의단체와 혁명 세력들이 동맹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주장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비난했다. 붉은 여단은 지난 78년 알도 모로 총리를 납치해 살해하는 등 70년대와 80년대초에 폭탄테러와 암살을 자행하다 80년대 후반부터 잠복기를 가졌으나 단토나 고문암살 사건을 계기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볼로냐 경찰 관계자들은 "문제의 문서가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며 "비아기 고문 사건을 자행했다고 주장한 단체는 '제2세대 붉은 여단'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로마 AFP A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