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주관하는 개발재원회의가 21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 168개국 정상 혹은 국가원수급 각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틀 일정으로 개막된다. 지난 2000년 유엔 밀레니엄 총회의 합의에 따라 열리는 개발재원회의는 그러나 후진국을 지원하는 방법에 있어 미국과 유럽국가들간에 견해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국은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국제테러의 근본원인이 종교나 문명의 대립이 아니라 선.후진국 간 개발 불균형과 빈부격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해왔다.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억이 하루 평균 1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절대빈곤층이고 저개발국으로서는 소득수준을 끌어올릴 만한 대책이 없는데다 선.후진국 간 개발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빈곤과 테러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세계 168개국 정상과 국가원수급 각료,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기구 대표들은 오는 2015년까지 빈곤층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다각적인 접근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빈곤문제를 비롯해 선.후진국 간 빈부격차 해소, 국제통화금융체제 개편, 개도국 상품에 대한 시장접근 개선, 공적개발원조(ODA)증액과 관리, 외채탕감 문제 등에 관해서는 선.후진국 간 입장차가 워낙 커 논란이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미 지난 주 미주개발은행(IDB) 본부 연설을 통해 "오는 2004년부터 3년 간 개발재원을 50억달러로 증액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전제조건으로 개발원조 수혜국들의 시장개방정책과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을 요구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역시 지난 주 스페인 바르셀로나 회의에서 개발당사국 우선책임론과 건전한 정책운영 등 국내 여건 확립을 전제로 내세워 대외 원조규모를2006년까지 70억달러로 증액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유엔과 세계은행이 선진공업국들을 상대로 개발재원을 향후 2∼3년 안에500억달러 수준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한 점으로 미뤄 선진국뿐 아니라 한국 등 신흥공업국에까지 재원 추가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회의 준비과정에서 `몬테레이 합의안(Monterrey Consensus)'이 마련돼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개도국과 저개발국들은 선진국이 합의안에서 분야별 지원규모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데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국제투자가인 조시 소로스도 세계최대 부국인 미국이 대외원조액을 향후 3년간 50억달러로 책정한데 대해 "소요액에 비해 너무 작은 규모"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외교관측통들은 "미국이 9.11 테러사건 이후 대테러전쟁에 주력한 나머지 개발문제에 소극적 입장을 취해왔으나 원조증액 의사를 밝힌 것은 개발과 빈곤 문제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테러의 근본요인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은 유엔 등 각종 국제기구에서 가장 성공적인 개발모델 및 경제위기 극복 사례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국제사회에서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에 비춰 재정형편이 나아지는대로 ODA 규모를 점차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한국의 ODA 규모는 2억1천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0.047%에 불과해 OECD 및 개발원조위원회(DAC) 22개 회원국의 평균 0.22%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따라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중간위치에 선 한국은 성공적인 개발경험을 개도국에 적극적으로 전수하면서 건실한 재정운영을 통해 개도국에 대한 ODA 규모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진념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을 정상급회의 수석대표로, 선준영 주유엔대사를 각료급회의 수석대표로 파견했으며, 진 부총리가 21일 정상급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멕시코=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