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위원회 연례회의가 20일 테러와의 전쟁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 등 현안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으나 미국이 대테러전에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서 회의 초반부터 진통이 빚어지고 있다. 케빈 모울리 미국대사는 이날 유엔 인권위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인권위가 고유관심사에 전념해야한다며 테러와의 전쟁에 간여하지 말 것을 회원국들에게 촉구했다. 모울리 대사는 "테러는 해당국가들과 유엔 관련기구에서 직접 다루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미국은 인권상황을 개선할 경우 테러리스트들의 폭력을 줄어들 것이라는 메리 로빈슨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입장표명에 동의하지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개막연설에서 주요 유럽 국가들과 중국, 러시아,파키스탄,인도 등 회원국들에 대해 인권을 침해하는 모든 대(對) 테러조처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 줄 것을 촉구했다. 로빈슨 위원장은 특히 "9.11 테러사건 이후 추구되어온 반 테러 전략이 인권존중 풍토를 진작시키려는 노력을 때때로 저해해온데 대해 우려한다"면서 인권상황이 개선될 경우 테러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는 이와 함께 회원국들에 대해 "인권보호측면에서" 여러 나라들이 취한 반테러조처들을 조사하기 위한 기구를 설립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모울리 대사는 인권개선이 비록 긴요한 문제이지만 이것이 반드시 테러를 중단시켜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사실상 관용, 복수주의, 개인적 자유를 촉진하는 사회야말로 테러리스트들이 가장 비방하고 그 개방성을 파괴하러드는 사회"라고 말했다. 모울리 대사는 또 이번 회의에서 테러리스트가 번창하는 환경과 테러리스트 양자가 서로 명백하게 구분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아울러 이 세상의 온갖 병폐가 테러를 정당화하거나 테러 조직들을 돕도록 이용되지 않게끔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인권보호가 대테러전의 일부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유엔 인권위원회는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비난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피셔 장관은 특히 중국이 기독교도들과 법륜공(法輪功) 수련생들에 대한 박해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체첸 사태에 언급, 독일이 테러에 맞서 자국을 방어하고 영토를 보전할 러시아의 합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 "민간인들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슬람회의기구(OIC)는 이날 테러와의 싸움이 특히 미국내에서 법치를 깨뜨리고 시민권의 제약을 가져왔다면서 이슬람과 그 가치에 대한 최근의 공격 증대현상을 일례로 꼽았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영국, 중국, 이집트, 인도, 미국이 취한 조처들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루드 루버스 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은 이날 서아프리카에서 구호요원들이 난민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보도와 관련, 난민 소녀들과 다른 성적 착취 대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 AFPㆍA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