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최근 들어 유럽연합(EU) 정상들의 만남이 잦아지고 있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한데 이어 얼마전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마디로 '경제'다. EU 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는 회담에 앞서 고용창출,노동시장 개혁,자금시장 통합,에너지시장 단일화,의료·연금체제 개혁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회담'의 성과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회원국들이 서로 이견을 노출하며 제대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EU정상들은 회담에 앞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제고하고 주요 경제 부문의 자유화 및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의견을 같이했었다. 하지만 노동계 등 강력한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회담은 큰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EU에서 막강한 발언권을 가진 프랑스가 선거를 의식,자국 시장보호에 나서는 바람에 3천8백만유로에 달하는 역내 에너지 시장이 '점진적 개방'이라는 다소 어색한 타협안에 만족해야 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에너지 시장 개방에 동의했으나 경제장관 실무회담에서 이를 번복,다른 회원국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프랑스의 이같은 '돌변'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이전에는 EU 정상회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다소 예측이 가능했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지도자들이 먼저 만나 입을 맞춘다. 정식회담에선 두 국가가 다른 회원국들을 설득,회의 방향을 당초 의도대로 이끌어 가곤 했다. 두 국가의 파트너십은 1950년부터 시작됐다. 두 국가가 유럽통합과정을 이끌고 있다는데 이견을 다는 회원국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들은 끈끈한 연대를 과시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때부터 프랑스의 행동이 변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 '천생연분'을 과시하던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서먹서먹해진 것이다. 대신 프랑스와 독일의 '밀월'을 지켜보며 질투하던 영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독일과 희희낙락하고 있다. 프랑스는 주위에서 이를 시무룩하게 지켜보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프랑스와 독일 관계가 '냉전'에 들어간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막상 EU통합이 가시화되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이해득실을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EU의회 구성과 관련,두 나라는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프랑스보다 인구가 더 많은 독일은 인구수에 비례해 EU의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프랑스는 절대 반대였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경쟁의식을 갖고 있는 영국은 이 틈을 파고 들었다. 주요 의제에 관해 독일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며 프랑스를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영국·독일관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두 나라도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EU의 정체(政體)와 관련,독일은 각 나라들이 주(州)와 비슷한 형태로 합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각 국가가 독립국가로서의 권한을 유지하는 연방제를 선호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두 국가의 이견은 좁혀지기 힘들어 보인다. 정리=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An Anglo-German liaiso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