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권 사회당의 대선 후보인 리오넬 조스팽 현총리가 감세, 연금제도 개혁, 범죄대책 강화 등 우파 성향이 강화된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조스팽 총리는 18일 '프랑스를 위한 약속'이라는 40쪽 짜리 공약집을 내고 "활력, 확신, 정의감에 차있고 현대적이고 강한" 프랑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다짐했다. 그의 주요 공약 사항은 ▲주민세 50% 인하 등 감세 ▲당사자간 대화를 통한 퇴직연령 및 연금 납부액 조정 ▲공공치안부 신설, 범죄 청소년 교화에 관한 법개정가능 ▲일자리 90만개 창출 등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 신국제경제 질서에 비판적인 조스팽 총리는 그동안 정통좌파의 비판을 의식해 감세, 연금제도 개혁으로 인한 국민부담 증대, 청소년 등 범죄자 처벌 강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었다. 이에 대해 유력일간지 르몽드는 조스팽 총리가 오는 4.5월 대선에서 중도 성향의 표를 모으기 위해 정통 좌파로부터 거리를 두는 한편 좌파 내 이른바 "현대주의자"들의 노선을 대폭 수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스팽 총리는 이 공약집에서 "사회주의"라는 표현을 단 한번밖에 쓰지 않은 반면 "나는"이라는 표현을 26번이나 사용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르몽드는 또 우파 후보인 자크 시라크 현대통령과 조스팽 총리가 지난 5년 동안프랑스를 같이 통치해왔다는 사실과 사회당 내 참신한 개혁이념 부재가 조스팽 총리와 시라크 대통령 사이에 정견 "수렴"을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시라크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조스팽 총리의 공약은 프랑스 국민 사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좌우파의 대표격인 두 후보의 정견 수렴으로 인해 이번 선거에서 골수 우파 및 좌파들의 기권율이 높아지고 일반 국민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더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시라크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등 현재로서는 가장유력한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조스팽 총리의 이같은 우파 끌어안기는 유럽 정계에서우파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서유럽에서는 지난 90년대 후반 좌파의 득세 이후 이탈리아, 덴마크, 노르웨이,포르투갈 등에 속속 우파 정권이 들어섰으며 올해 선거를 앞둔 프랑스, 독일에서도현대화, 혁신 등의 기치 아래 좌파들의 탈이념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같은 유럽의 우경화는 신자유주의 경제 득세, 세계화 등의 국제 조류와 9.11테러 이후의 안보 의식 강화, 유럽내 이민 증가에 대한 경계심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