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9일 올해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여부와 관련, "시기를 보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국 방문에 앞서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주일 한국 특파원단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이후에도 한국과의 우호협력관계의 흐름이 멈추어서는 안되며, 멈출 생각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해 8.15 종전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던 것과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어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발족한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문제에 언급, "역사연구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반성해 가면서 양국의 문화, 역사, 교류면에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나라의 역사를 봐도 과거에 다른 나라와 대립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며 "대립은 일시적이지만, 오랜 역사의 눈으로 보면 그 대립은 순간적인 것"이라고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은 몇 백년전 훌륭한 한국의 문화를 도입해 발전시켰다"면서 "내가 태어나기 이전인 선조대대로 양국간 인적교류가 많았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특히 "일본은 60년전 미국과 영국을 귀축으로 부르며 적군으로 싸운 적이 있었다"며 "지금은 일본과 미국이 최대의 동맹국이자, 신뢰관계가 있는 국가로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불거져 나온 일본인 피랍 문제와 관련, "일본은 북한과 국교정상화 문제에서 이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도 일본 이상의 많은 관심과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미국과긴밀히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가까이서 만나본 적이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으나,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교섭이나 여러 문제를 대화해 나가는데 적잖이 어려움이 있는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이즈미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비열한 테러에 대해 싸워나가겠다는 강한 결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은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지만, 오히려 북한은 대화의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