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2단계 테러전계획을 둘러싸고 아랍권과 유럽등지에서 반대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로의 확전에 대비, 딕 체니 부통령을 영국과 이라크 주변 중동권 11개국에 파견해 이라크 압박외교를 구체화하고 있으나 아랍권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파드 국왕과 압둘라 왕세자는 16일 체니 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위해 자국 영토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일간지 알-와탄은 17일 믿을만한 국내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사우디 지도부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 대신 미국이 국제사회를 통해 이라크가 유엔무기 사찰단의 재입국을 촉구한 유엔결의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압둘라 왕세자는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바 있다. 체니 부통령은 사우디에 뒤이은 바레인, 카타르방문길에서도 미국의 대 테러전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으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는데는 실패했다. 체니 부통령은 18일 9번째 순방국인 쿠웨이트에 도착해 자비르 알 아흐마드 알-사바 국왕등과 회담할 예정이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폭력사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공격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쿠웨이트의 알리 알무사 전 외무장관은 체니 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는 17일 자신문 기고를 통해 "중동의 평화를 위해서는 이라크의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랍권의 이같은 냉대를 의식한 듯 체니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독일, 러시아에서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클레어 쇼트 국제개발장관은 17일 영국과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계획을 강행할 경우 장관직을 사퇴하겠다고 경고했다. 쇼트 장관은 "맹목적인 군사공격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최선의 방법은 유엔사찰단의 재입국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입장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 테러전을 지원하고 있는 토니 블레어 총리와 달리 상당수의 각료들은대 테러전의 이라크 확전을 반대하며 군사공격이 단행되더라도 유엔의 지지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 역시 이날 9.11테러발생후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이슬람 테러리즘을 중단시켜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자신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보다는 "이라크의 군비축소를 위해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매우 선호한다"고말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 역시 미국NBC방송프로그램 `언론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군사공격계획과 관련한 통보를 받은바 없다고 밝히고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바노프장관은 이라크에 대량파괴무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제재조치를 해제해야 하며 이라크가 아직 이런 무기들을 갖고 있다면 해결책을 찾기 위한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와 CNN 방송 등은 17일 체니 부통령의 중동순방 성과를 중간 결산하면서 대부분의 아랍권 지도자들부터 오히려 이라크 확전에 반대한다는 입장만 청취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테러전 확전시 이들 국가들의 지지는 물론 군사기지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와 CNN 방송은 내다봤다. 같은 시기 이라크는 권력서열 2위인 이즈자트 이브라힘 혁명지휘위원회 위원장을 중동 각국에 파견해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여론을 결집시키는 성과를 거두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조를 보이고 있다. (마나마.쿠웨이트시티.베를린.런던 AFP.AP= 연합뉴스) y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