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 한국행을 요청한 탈북자 25명을 사건 발생 하루만에 제3국인 필리핀으로 보냄으로써 외교적 난제를 재빨리 털어냈으나 이들의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아 인권문제에 관한한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관영언론들은 특히 탈북자들의 스페인대사관 진입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들이 떠난 뒤에야 그것도 이들의 국적이나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보도해 이 문제가 크게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탈북자들이 베이징을 출발한 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스페인대사관에 난입한 25명의 외국인들이 대사관측의 조치로 떠났다"고 보도했을 뿐 이들의 국적과 기착지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와 함께 북한의 비난을 의식해야 하는 중국측의 어려운 입장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처벌이 기다리는 북한에 돌려 보낼 경우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것이 명백해지자 이례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이들을 제3국으로 추방하는 형식으로 이번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곤혹스런 입장을 벗어났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기아와 압제를 피해 북한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수천명의 탈북자들에 대해 난민 지위를 거부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냄으로써 이미 국제사회의 비판을 사고 있었던 터였다.

중국은 현실적으로 중국은 자국내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북한에 인도한다는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번 조치도 예상보다신속히 이뤄진 것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지배적인 견해다.

중국은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탈북자들을 여전히 불법입국자로 보았으며 ▲이들의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 ▲이들을 망명대상국인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냈다는 점 등 때문에 여전히 인권문제에 관해 취약한 부분을 드러냈다는 것이외교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주민들을 모두 난민으로 인정하고 한국으로 보낼 경우 북한 난민 유입이 증가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중국이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해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의 조치라는 얘기도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신속한 인도주의적 해결책"이라 환영했으나 외교전문가들은 중국이 탈북자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한이 문제는 중국정부에 큰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상민 특파원 sm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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