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공화당과 토머스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이끄는 민주당의 정쟁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올 가을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하 양원의 다수당을 놓고 미국의 여야가 벌이고 있는 건곤일척의 힘겨루기는 부시 대통령이 13일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상원의 법관 인준 지연 등을 강력히 비판하고 야당이 14일 정면으로 반격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의회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톰 리지 국토안보국장을 편드는가 하면 재무부의 국채 발행 한도 증액 방침을 무조건 수용하라고 촉구하고 지난해 딕 체니 부통령이 이끈 에너지정책검토반의 회의 자료를 요구한 의회 회계감사원(GAO)을 힐난하는 등 전례 없는 초강경 자세를 보였다. 단 1석 차이로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그러나 법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찰스 피커링 미시시피주 연방지법 판사를 연방고법 판사로 승격시키는 인준안을 10대9로 기각시킴으로써 5개월여 만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동키호테식으로 의회를 몰아붙인 부시 대통령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였다. 법관 인준에서 첫 패배의 쓴 잔을 마신 부시 대통령은 "일부 상원의원이 법사위에서 본회의 상정을 막음으로써 정의의 방해꾼이 됐다"고 비난했으나 대슐 총무는 되레 "대통령이 200년 전통을 깨뜨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맞받아치고 한 술 더 떠"리지 국장에 대한 강제 소환을 검토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부시 대통령의 초강경 자세에 대해 너무 심했다는 지적이 의사당 주변에서 제기되고 일부 여당 의원조차 이에 동조하면서 정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자 백악관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원 세출위 재무.총무 소위에 출석한 미치 대닝러스 백악관 예산실장은 백악관이 의회의 헌법적 역할을 경시하는 인상을 준 `부주의'에 대해 사과하고 다만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 따내기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변명했다. 세출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오베이 의원은 그러나 "귀하와 몇몇 각료는 속좁고 하찮은 무리를 의사당에서 다루지 않아도 된다면 일에 전력투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비아냥댔다. 의원들은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국토 안보 예산의 사용처에 대한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리지 국장에게도 분노를 터뜨리고 있으나 백악관은 각료나 기관장이 아니라 대통령 참모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회에서 증언할 필요가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백악관의 예산도 관장하는 재무.총무 소위의 어니스트 이스툭 위원장은 그러나 여당 소속이면서도 "국토 안보에 관해 행정부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양과 질 모두 불만족스럽다"고 일침을 가하고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탓으로 대통령이 설정한 정책과제에 배정될 자금을 보류시키도록 강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