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청 산하 정리회수기구(RCC)의 기오이 아키오 사장.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수렁에 빠져 있는 일본 민간은행들의 '클린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그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CEO(최고경영자) 중 한 명이다. RCC는 한국의 자산관리공사와 비슷한 기구. 기오이 사장의 최우선 목표는 은행과 부실기업 간의 동맹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 금융시스템의 개혁 발판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 목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있는 RCC는 은행의 부실채권 매입에서부터 부실 기업에 구조조정을 명령하는 등 막강한 법률적 권한을 갖고 있다. 심지어 RCC는 부실 금융기관의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 부실 은행의 자산을 동결시킬 수 있고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 또 강력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부여,관련 은행의 직원들도 해고할 수도 있다. 기오이 사장은 "정리회수기구의 임무는 확실히 정해졌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그것은 뼈를 깎는 것처럼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7세인 기오이 사장은 일본의 금융기관을 개혁할 수 있는 행정가와 협상가로서 안성맞춤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전 일본변호사협회장도 지낸 그를 일본인들은 경제를 살릴 '구원투수'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있었던 정리신탁기구(RTC)의 윌리엄 시드먼 사장과 같이 많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RCC에는 1천명의 직원들만이 일하고 있다. 방대한 금융개혁을 진행하기에는 인력이 적은 편이다. 기오이 사장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바둑의 규칙'을 바꾸는 것처럼 어렵고 힘들다. 그는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를 실사하고 그것을 인수하는 일을 주로 할 것이다. 또 그는 일본 정부에 건의해 은행들과 기업들이 RCC의 업무에 협조하도록 할 것이다.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은행들 스스로 3년 안에 부실채권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동안 은행의 지원을 받았던 몇몇 부실기업이 퇴출됐다. 일본의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본의 민간전문가나 비즈니스리더인 일본은행의 하야미 마사루 총재도 RCC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오이 사장은 몇몇 투자은행을 선정,은행의 부실자산을 인수키로 했다. 그는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미쓰비시은행 아사히은행 등을 통해 우선 1백50여 기업의 부실채권 7억5천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또 은행과 부채스와프,구조조정,대출스케줄 재조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RCC는 일본 기업들의 전체 부실 채권을 6천억∼1조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기오이 사장이 일본의 부실 채권 문제를 잘 처리한다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