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배들을 훈계하려던 아버지가 이들에게 뭇매를 맞고 숨진 사건이 발생해 프랑스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언론들은 13일 아들로부터 용돈을 빼앗으려던 10대 불량배들을 훈계하려던 아버지가 백주대로에서 이들에게 몽둥이, 벽돌 등으로 뭇매를 당한뒤 끝내 숨지자 10대 폭력 실태가 도를 넘고 있다며 크게 우려했다. 파리 북서쪽 에브뢰에 사는 파트릭 버그(38)씨는 지난 8일 하교하는 아들 지미(16)를 마중하기 위해 처남과 함께 버스 정류장으로 나갔다. 지미가 전날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다 불량배들에게 용돈과 가방을 내놓으라는 공갈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지미를 무사히 데려오는 한편 아들에게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들을 훈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30여명에 달했던 이 불량배들은 다짜고짜 버그씨와 처남을 몽둥이, 벽돌,술병 등으로 구타하고 마구 발길질했다. 얼마안돼 경찰이 출동하고 버그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는 이틀 뒤인지난 10일 숨졌다. 목격자들은 버그씨가 "개처럼 얻어맞고 발길질 당했다"며 "도시 한복판에서 대낮에 어떻게 이런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개탄했다. 경찰은 용의자 2명을 체포하는 한편 나머지 용의자들을 일제 수배했다.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범죄와 10대 폭력, 치안불안 실태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프랑스는 구미 선진국 중에서도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9.11테러 사태가 발생한 데다 지난해 범죄율이 7%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자 치안 불안을 우려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은 올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범죄 예방을 최대 쟁점 중 하나로꼽고 있으며 이때문에 20명 가까이에 이르는 대선주자들은 너도나도 범죄 대책을 최우선시 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야당 후보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프랑스가 피와 총성으로 얼룩진 나라는 아니지만 현 좌파 정부의 치안 정책은 지나치게 나이브하다"며리오넬 조스팽 현 총리를 공격했다. 사회당의 유력 후보인 조스팽 총리는 지난 5년의 집권기간에 범죄에 대한 접근이 "나이브"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한 뒤 대통령에 당선되면 단호한 범죄예방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