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자흐릴 사비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99년 발생한 발리은행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가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선고받았다. 중부 자카르타 지방법원은 13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스자흐릴 총재가발리은행 스캔들에 관여해 9천40억루피아(1천200억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점이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수바르디 재판장은 이날 판결문에서 "피고가 대출 자격 요건이 미달된 발리은행에 대출을 해주도록 지시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징역 3년과 벌금 150만루피아를 선고했다. 발리은행 스캔들은 이 은행이 지난 99년 당시 집권 골카르당과 연계된 (주)EGP의 도움으로 중앙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뒤 그 대가로 골카르당에 5천460억루피아를 대출한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국제신인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검찰 조사 결과 스자흐릴 총재는 지난 99년 자카르타의 한 호텔에서 세트야 노반토 EGP 사장과 판드 루비스 금융구조조정청 차장, 루디 람리 발리은행 총재 등과만난 직후 불법대출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징역 4년형이 구형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0년 6월 발리스캔들과 관련해 스자흐릴 총재를 불구속 입건한데 이어 작년에는 두달간 구속수사를 했다가 돌연 신병을 풀어줘 골카르당이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압두라만 와히드대통령으로부터 총재직 사임요구를 받고 "독립성을 보장받은 중앙은행에 대한 초법적 간섭"이라며 완강히 저항,지금까지 총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스자흐릴 총재는 유죄 선고 후 기자들에게 "이번 판결에 매우 불만이다.자카르타 고등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아직 소송 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만큼 총재직을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