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의 유사시 핵공격 시나리오는 숙고한 끝에 나온 군사 독트린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의 과장된 테러분쇄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좌절감에서 나온 부산물로 `마치 어린애가 내는 짜증'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고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로버트 시어가 지적했다. 시어는 12일 로스앤제렐스 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이라는 '거인'이 책임소재가 규명되지 않은 `난쟁이'라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농락당했다는 절망감이 퍼져 있다면서 대테러전 차질 사례를 열거했다. 전국 주요 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는 시어는 작년 9.11 항공기 납치범들이 테러조직 알 카에다나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지도자들과 연계돼 있다는 확증은 아직 없으며 5명이 사망하고 우편서비스를 마비시킨 탄저균 사태 수사도 미국내 범인이 자행했을 가능성이라는 추정 외에 별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객기 납치범들이 연간 300억달러 규모의 정보 체제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고 까지 주장했다. 시어는 민항기에 무장요원을 배치하고 공항경비원들을 잘 훈련시키는 것이 박스절단용 칼을 든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는데도 미국이 실체가 없는 테러리스트에 핵무기공격을 가하기 위해 전세계 핵군비경쟁을 확산시킬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공항들을 핵공격한다고 해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그 안에 갇혀 있었던 사람들을 구하진 못할 것이라며 군부가 핵 시나리오를 제출하는 것은 위험하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시어는 아랍-이스라엘 평화가 대테러전의 최우선 순위임에도 부시 행정부는 방산업체들과의 관계 때문에 외교적 노력보다도 군사적 옵션(선택대안)을 제시해왔다면서 핵무기 발상도 그런 맥락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 전략가들이 미국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강경파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이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와 핵보유국들이 핵무기를 위험한 고물로 생각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 일간지 뉴스데이 등의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핑커턴은 이 날짜 LA 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의 다른 나라에 대한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는 "생각도 할 수 없으나 특이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쟁계획은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NPR 옹호론을 펼쳤다. 핑커턴은 NPR은 중국.러시아.북한.이라크 등에 대한 핵공격의 `가상적 상황'을 제시한 것으로 이런 나라들이 더 많은 언론자유를 가졌다면 미국에 대한 전쟁계획도 역시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과 이스라엘 내 게릴라전을 잠재우면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을 제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이 세 가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재래식무기와 핵무기 사용에 대해 세계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의문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핑커턴은 세계 각국이 핵무기.탄두미사일.생물무기 개발 게임을 할 수 있는 한미 군부가 더 많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고 같은 방법으로 보복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과제는 회의적인 세계에 오늘의 승전 계획이 내일의 평화 유지 계획임을 입증하는 것이며 그것이 실패하면 정략은 계속 전쟁쪽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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