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시아와 중동 일부 지역을 잠재적인 핵 전장(戰場)으로 꼽고 있는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가 공개된 가운데 미 고위 관리들이 이의 파장을 진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등 고위 관리들은 10일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핵 무기를 사용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실제로 이같은 일을 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번 보고서가 미국의 새로운 핵무기 정책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파월 장관은 CBS 방송의 한 프로에 출연, "현재 일상적으로 미국 핵무기의 겨냥을 받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 곳도 없다"면서, "이 때문에 이 보고서는 신중한군사기획이자, 미 국민이 예상할 수 있는 종류의 기획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새로운 핵 무기를 개발하지도 않고 있으며 어떠한 (핵무기)실험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 신무기 개발 및 핵 무기 실험 재개 계획을 부인했다. 라이스 보좌관도 이날 NBC 방송의 시사 프로에서 이 보고서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과 일부 국가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대통령이 선택한다는 것이 미국의 전통이라는 점은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핵 무기를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에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파멸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란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CNN 방송을 통해, 이번 보고서가 '계획(plan)'은 아니라고 전제하고, "이번 보고서는 미국과 우호국 및 동맹이 핵무기, 생물무기, 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공격받을 경우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마련해 놓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파월 장관과 라이스 보좌관은 이 보고서가 마련된 중요한 계기로 러시아가 냉전시절의 적에서 현재 전략적인 우호국이 됐다는 현실을 꼽았다. 파월 장관은 "이번 연구는 두가지 중요한 사태 발전 양상을 감안할 것으로, 그 첫째는 소련이 사라지고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면서, "신중한 정책 입안자라면 이 같은 종류의 위협에 대한 대통령의 선택 폭에 대해서도 숙고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상원 군사위원회의 존 워너 공화당 의원과 조지프 리버맨 민주당 의원은 이번 보고서를 대통령의 선택권을 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버만 의원은 "솔직히 이들 반역국가 가운데 일부가 자국민과 가치, 그리고 동맹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의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될 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면서, "그러나 매우 중요한 것은 미국민과 세계인들이 이번 뉴스에 과잉반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핵 정책은 지난 20년동안 두차례 개정됐으며, 가장 최근에 이뤄진 것은 빌 클린턴 전임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97년이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국방부는 극비인 NPR을 통해, 옛소련의 핵 공격에 대한 억제력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냉전 시절의 입장에서 탈피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중국, 북한,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을 미국의 잠재적인 핵공격 대상으로 삼고있다. 지난 1월 8일 의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특히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돌발상황으로 "이라크의 이스라엘 또는 인접국 공격, 북한의 남한 공격, 또는 대만 해협을 사이한 군사 충돌"을 들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미국의 핵 무기 실험 재개 및 신형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비핵국가에 대한 전통적인 (핵무기) 겨냥 금지 정책 및 핵 무기 실험 유예조치의 존속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 AFP.AP=연합뉴스)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