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9.11 테러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6개월이 되면서 뉴욕 거리는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 여전히 월드트레이드센터 참사 현장에서는 잔해제거작업과 시신수습작업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또 아직까지 희생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고 희생자 가족이나 구조작업에 나선 경찰관이나 소방관들 중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겪으면서 받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많은 뉴욕 시민들은 밝은 내일을 기약하며 6개월 전에 빚어진 가공할만한 참사에 대해 애써 잊으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이 타임스퀘어 곳곳에서 아마추어 힙합가수들의 춤과 노래 등을 즐기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뉴욕거리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복구작업현장 붕괴된 월드트레이드센터의 잔해제거작업에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복구작업은 예상 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막바지작업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뉴욕시는 그간 복구작업 차량만 이용해온 무역센터 서쪽의 웨스트 스트리트를 내달 초 일반차량에 개방할 계획이다. 그만큼 복구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공식집계로는 9.11 테러참사와 관련된 뉴욕지역 희생자 수는 실종자 158명을 포함 모두 2천830명(워싱턴지역 포함할 경우 3천63명)이다. 참사 초기 한때 6천729명에 달했던 희생자 수는 중복집계와 착오가 시정되면서대폭 줄어들었다. ▲시민생활의 통제 요즘도 맨해튼의 주요 빌딩에 들어갈 때는 방문 목적 등을 기록해야 한다.미술관이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 관광명소 등을 찾을 때 휴대품 검사 등을 받아야하며 공항에서는 더욱 철저한 보안검색을 받고 있다. 시민들은 이러한 생활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분위기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테러위협이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생활상의 불편은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맨해튼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의 차단 또는 테러 참사 현장 인근 도로의 봉쇄 등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뉴욕경기 침체국면에 빠져있었던 미국경제가 최근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소비도 되살아나면서 뉴욕경기도 함께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경제만 별도로 분리해 최근의 상황을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관광객이다시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되는 데는 지난 1월말 뉴욕에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회의가 성공적으로 종료된 것도 한 몫을 했다. 테러현장 근처에서 영업을 하며 한동안 큰 고통을 겪었던 한인 사업자들도 조금씩 손님이 다시 찾기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 만큼의 경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판단이다. ▲6개월에 즈음한 행사 뉴욕시는 9.11테러 발생 6개월이 되는 11일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건물 바로 옆광장에서 쌍둥이 조명기둥을 하늘로 쏘아올리는 한편 사고 당시 파손된 '구체(球體)'라는 조각품을 손질해 현장에 다시 설치한다. `빛의 헌정'으로 이름 지은 두 개의 조명 기둥은 두 대의 고성능 서치라이트가밤하늘을 향해 2개의 대형 빛 줄기를 쏘아올리는 것으로 파괴된 쌍둥이빌딩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구체'는 강철과 청동으로 된 직경 5m, 무게 2천250kg의 구형 조각품으로 첫 자살테러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에 충돌한 시각인 오전 8시46분(현지시간)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 인근 배터리 공원에 재설치된다. 한편 미국 CBS 방송은 9.11 테러 발생 6개월을 맞아 10일 참사 당시 상황 등을생생하게 담고 있는 2시간짜리 기록영화를 방영한다. 이 방송은 첫번째 피랍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접근할 때 이곳에서 불과 4블럭 떨어진 곳에서 다른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이던 프랑스 영화제작자 쥴과 게디언 노우데 형제가 찍은 것이다. ▲남은 과제 시민들의 생활이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9.11테러와 관련,뉴욕시나 연방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쌓여있다. 우려했던 2차 테러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테러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안전조치나 보안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부담이 남아 있다. 또 테러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민자 등 무고한 시민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빨리 중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테러희생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최근 보상원칙이 다시 조정되면서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연간수입규모가 컸던 희생자들 중 일부가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신적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희생자 가족이나 경찰.소방관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하는 일도 시급한 일이며 뉴욕 경기가 조속히 회복되면서다시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도 뉴욕시의 당면과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