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0:44
수정2006.04.02 10:48
유럽연합(EU)은 한국 등 주요 철강 생산국들과 공조해 수입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조치에 대응해 나갈 것이며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파스칼 라미 무역담당 집행위원이 6일 밝혔다.
라미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EU는 미국의 관세 부과결정에 대항해 싸우겠지만 이는 다자간 무역체제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미 집행위원은 "세계 철강시장은 모두가 멋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서부의 무법지대가 아니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관세부과로 현지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은 역외 철강업체들이 EU 시장에 덤핑공세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라미 집행위원은 이같은 사태에 대비해 세이프 가드 조항을 발동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우리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철강수출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다른 품목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지만 라미 집행위원은 대상품목이나 부과될 관세의 폭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중국, 브라질 등 다른 철강 생산국들과 미국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접촉중이라고 설명했다.
라미 집행위원은 "우리는 이번 조치가 법적인 근거가 없는 정치적 결정으로 믿고 있다"면서 "우리가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벌일 때는 그와같은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EU 의장국인 스페인의 로드리고 라토 재무장관은 미국의 결정을 "심각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베르너 뮐러 독일 경제장관은 "미국의 결정은 EU와 미국간 관계에 매우 심각한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도하에서 시작된 뉴라운드 협상에도 부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오 마르자노 이탈리아 산업장관은 이 문제를 WTO에 제소키로 한 EU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럽철강산업연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부과를 "인정할 수 없는, 불공정하고 비생산적인" 조치로 규정하고 역내 철강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EU 집행위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오는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례 각료회의에서 미국의 수입철강 관세부과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브뤼셀 AP.AF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