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이 테러전의 좌표와 진로를 놓고 연일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미군의 추가 파병과 비상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그림자 정부'운용 등 주요 정보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對)테러 전략을 공격하자 공화당이 국론 분열 행위라며 애국심에 호소하고 이를 다시 민주당이 `가짜 애국심'이라고 다시 맞받아치는 등 설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토머스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와 트렌트 로트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3일에도 TV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나란히 출연, 상대방 몰아 세우기에 열을 올렸다. 부시 정권 공격의 선봉장인 대슐 총무는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훌륭한 전과를 올린 군대를 지지해야 하지만 올바른 질문도 던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지역으로 테러전을 확대할 경우 까다로운 질문을 제기하는 게 의회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어려운 결정들을 내릴 때에는 우리(의회)가 어느 대통령에게든 고무 도장이 돼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주장하고 `그림자 정부' 운용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부시 행정부의 지나친 비밀주의를 통박했다. 로트 총무는 그러나 대슐 총무의 발언은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즉각 반박하고미국이 부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하지 못하거나 그에 대한 지지에 균열이 생긴다면 해외에서 불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부시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CBS방송의 `국민과의 만남'에서 추가 군사 행동에 이르기까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측 입장을 거드는 듯한 인상을 주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대슐 총무는 지난달 28일 미국이 그동안 훌륭한 전과를 올렸으나 9.11 연쇄 테러의 배후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나 탈레반 정권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를 붙잡지 못한다면 진정한 성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테러전의 향후 전략을 제시하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촉구함으로써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 톰 딜레이 하원 원내총무, 로트 총무 등 공화당 지도부는 대슐 총무의 발언이 비애국적이라며 역공을 시도했으나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아무리 전시라도 민주적인 토론의 싹을 말살해서는 안된다'며 일단 민주당의 손을 들어 주는 분위기다. 워싱턴 정치분석가들은 9.11 사태 이후 잠잠했던 정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데대해 아프가니스탄 전쟁 승리로 치솟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기를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민주당이 연초에 터진 엔론 스캔들로 반격의 기회를 잡은 데 이어 테러전마저 도마에 올려 부시 대통령 흠집 내기를 본격적으로 시도하자 공화당도 올 가을중간선거를 의식해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