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수교의 막후 밀사였던 헨리 키신저는 71년 중국 방문시 중국이 베트남전 종식을 측면 지원해주는 대가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정책을 지지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비밀 해제된 문서를 인용, 28일 보도했다. 미 국가안보문서보관서(NSA)가 27일 공개한 당시 주은라이(周恩來) 중 총리와 키신저 미 국가안보보좌관간의 비밀회담에 대한 문서 사본은 이미 발간된 키신저의 회고록 내용과 달라 놀라움을 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당시 닉슨 정부는 월남 정부가 전복되는 한이 있더라도, 또 일방적으로라도 베트남에서 철군할 결심을 굳히고 있었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중국에 약속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문서는 두 사람이 당시 비밀회담중 3분의 1 가량을 대만 문제를 논의하는 데 썼음을 시사하고 있다. 문서는 주 총리가 미중 수교를 위해서는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보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고 명확히 천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키신저는 또 베트남전 종식 및 중국의 측면 지원에 대한 열망을 표명하고, 종전후 베트남전에 파견중인 대만 주둔 미군의 3분의 2를 철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문서는 말했다. 키신저는 그러나 79년 발간된 회고록 `백악관 시절(The White House Years)'에서 비밀회담의 목적은 대만 문제에 대한 양국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책에서 대만 문제는 아주 간단히 언급되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또 다른 문서에서는 닉슨이 중국에 보낼 밀사로 조지 부시 당시 유엔 특사와 넬슨 록펠러 당시 뉴욕 주지사를 천거했으나 키신저의 반대로 결국키신저를 낙점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키신저는 당시 "이 일이 잘 풀리면, 올해에 베트남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닉슨에게 장담했다고 문서는 전했다. 한편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상임 집필가인 제임스 맨은 "이 문서는 키신저가 회고록에서 대만에 대해 쓴 것이 충격적일 정도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중 관계의 역사에서는 대만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다는 논리가늘 위배됐다"고 말했다. 키신저와 주은라이의 비밀회담은 중국 공산정부 수립 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미-중간 고위급 회담이었으며, 72년 닉슨 대통령이 죽의 장막을 걷고 중국을 방문하고 미중간 수교관계를 이루는 기반을 마련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