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계올림픽이 끝났지만 김동성선수가 쇼트트랙 1천500m 결승에서 실격 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것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많은 한국팬들이 김 선수가 일본계 미국인 아폴로 안톤 오노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것에 대해 여전히 분개하고 있으며 수천명의 한국인들이 김 선수에게 1천350달러의 복제 금메달을 수여하기 위한 온라인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러시아, 일본, 캐나다, 중국, 우크라이나 선수단도 불만을 제기했으나 한국팬들은 인터넷이라는 `무기'를 통해 미 올림픽위원회 및 올림픽을 중계한 NBC 방송 웹사이트에 `사이버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특히 NBC 심야토크쇼 사회자인 코미디언 제이 레노가 지난 21일 심판 판정을 두둔하면서 "화가 난 김동성이 집에 가서 개를 걷어찬 다음 잡아먹었을지 모른다"고 조크해 "(한국인들의) 상처에 소금을 비벼넣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런 감정이 비단 스포츠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금메달 박탈은 "미국이 자신들의 목표달성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한국의 이익을 유린한 커다란 음모의 하나"로까지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김성호 의원(민주)의 국회발언을 인용, "국제적 정의와 스포츠 순수성을 무시하는 미국의 이런 오만한 자세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이런 극적인 반응이 주변열강에 대한 한국인의 오랜 피해의식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하나의 금메달이 미국과 같은 큰 나라에는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국제적 인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국 유력지 `더 타임스' 한국특파원을 지내고 99년 `한국인들을 말한다'(원제:The Koreans)를 쓴 마이클 브린(광고회사 메리트 버슨마스텔러 한국담당 부사장)은"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세계가 자신들을 불리하게 한 것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민족주의를 선수들에게 투영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LA 타임스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빌 플라시케는 지난 24일 칼럼에서 오노가 2등으로 골인하고도 김동성의 진로방해 실격으로 금메달을 챙겼으나 함께 뛴 다른 선수들조차 오노가 `속임수'(faking)를 썼다고 말하는 등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우리는 오노가 `오 예스'(Oh Yes)라는 환호를 받았지만 그것이 훌륭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칼럼니스트인 마이크 페너도 25일자 LA 타임스 칼럼에서 "오노가 올림픽에서 1등으로 골인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면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 동계올림픽에 가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