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정보통신기업들이 독성이강한 컴퓨터 폐기물을 재활용이란 명분으로 중국, 파키스탄 및 인도 등 제 3세계에 무차별 처분해 현지에 심각한 환경 장애를 유발하고 있다고 국제 환경단체들이 25일폭로했다. 이들 단체는 공동으로 낸 `해독을 수출한다: 아시아에 버려지는 하이테크 쓰레기'란 제목의 공동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미 정부가 이를 저지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장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단체들은 실리콘밸리톡식스 코일리션, 바젤 액션 네트워크, 톡식스 링크 인디아, 그린스피 차이나 및 SCOPE 파키스탄이다. 보고서는 "엄청난 양의 독성전자폐기물(e-쓰레기)이 중국, 파키스탄, 인도에 수출돼 현지에서 주민과 환경에 매우 심각한 폐해를 끼치는 분해 작업에 들어간다"면서 그 예로 광둥성의 한 지역을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기유란 곳은 마을 전체가 이런 e-쓰레기 처리장으로 외지에서 옮겨온 10만명의 인원이 폐기 컴퓨터를 분해하는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이들 컴퓨터 폐기물은 주로 북미에서 들여온 것이라고보고서는 덧붙였다. 인부들은 맹독성 물질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상태에서 독성 플라스틱이나 전선을 그냥 태우거나 독성이 강한 서킷보드와 모니터를 분해해 쓸만한 것들을 골라내는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젤 액션 네트워크의 짐 퍼킷 조정관은 "그야말로 사이버 시대의 악몽"이라면서 "명목상으로는 재활용 작업이나 그냥 갖다 버리는 것을 미화한 것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놀라운 것은 미국 정부가 이런 `더러운 수출'을 저지하기는 커녕실질적으로 장려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자국내에서 e-쓰레기를 골치아프게 처리하는 것보다 이것이 한결 편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유럽의 본을 받아야 한다"면서 "개도권에 대한 독성물질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당장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은 "정보통신 메이커들이 폐기되는 자기네 제품을 회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한편 제품에 들어가는독성 물질을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제품 수명도 연장해야 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톡식스 코일리션의 테드 스미스 국장도 "미국민이 하이테크 혁명의최대 수혜자"라면서 따라서 "이로 인한 환경 오염의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e-쓰레기 문제를 적당히 얼버무리기보다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대책을 마련하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dpa=연합뉴스) jksun@yn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