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을 경멸하는 뜻을 담은 단어인 '니거'(Nigger)의 유래와 의미 등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토론회가 지난 22일 개최돼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니거- 말썽많은 말의 이상한 경과(The Strange Career of a Troublesome Word)'의 저자인 랜덜 케네디 하버드대 법학과 교수는 하워드대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니거'가 흑인들 사이에서도 세대별로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흑인인 케네디 교수는 "나이가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니거라는 단어가 흑인들을 핍박했던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니거' 사용을 꺼려 왔다"고 말했다. 케네디 교수는 그러나 "신세대 흑인들은 모욕적이지 않은 다른 방식으로 니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때문에 니거는 현재 말하는 사람의 억양등에 따라 좋거나 나쁜 의미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디트로이트의 백인빈민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로 니거를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백인 빈민들은 자신들의 게으름과 가난을 한탄하기 위해 니거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을 뿐 니거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피부 색깔을 염두에 두지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거'는 흑인을 뜻하는 스페인어인 `니그로'(negro)에서 유래한 단어로 1600년대 까지만 해도 모욕적인 말로 취급되지 않았지만 1800년대 초부터 욕설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젊은 흑인들과 일부 백인들도 `니거'를 과거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만 흑인들은 아직도 백인의 입에서 니거라는 말을 듣길 원치 않는다고 학자들은 주장했다. 하워드대의 이브라힘 순디아터교수는 이와 관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여러 세대를 내려오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들이 주류 사회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니거라는 단어를 싫어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