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는 오는 3월 3일 유엔가입 여부를 결정짓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엔가입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를 포함, 유엔가입 지지자들은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 유엔에 가입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유엔가입은 스위스가 지금까지 소중히 지켜온 주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며 안전보장이사회 5개 이사국의 정치적 독재에 굴복하는 것이 된다고 반박한다. 현재 스위스는 교황청과 더불어 유엔 옵서버 지위를 갖고 있다. 앞서 냉전이 한창이던 지난 1986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은 75%의 반대로 유엔가입안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56% 정도가 유엔가입을 지지할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카스파 빌리거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 국민투표에서 유엔가입에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유엔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했고 인구 700만의 소국 스위스도 국제정치무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유엔에 가입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있다. 빌리거 대통령은 유엔에 가입할 경우 매년 4천200만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스위스는 제네바에 유엔 기구들을 유치, 매년 18억달러의 이익을 보고있다. 스위스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노동기구(ILO)등 유엔 전문기구에 가입해있으며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병참 지원을 하고있고 유엔의 각종 제재조치들을 준수하고있다. 스위스 업계, 은행등의 지지를 받고있는 정부는 이번 국민투표에서 유엔가입안이 또다시 부결될 경우 스위스가 이기적이라는 인상이 강화돼 국제적으로 소외될 것을 우려하고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를 지낸 코르넬리오 소마루가는 "나는 나의 조국이 유엔헌장에 서명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억만장자 사업가인 크리스토프 블로셔는 "스위스가 다른 국가들과 달랐기 때문에 부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유엔가입에 반대했다. 그는 "우리는 직접민주주의, 중립주의, 연방주의를 지켜왔다"고 전제하고 "유엔회원국이 되면 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바젤-란트샤프트 지역은 유엔가입 찬성이 반대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스위스 농촌지역 소규모 주(州)에서는 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슈탈 AP=연합뉴스)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