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 악재가 들끓고 있다. 엔론이 무너졌고 뒤를 이어 K마트와 글로벌크로싱이 파산했다. 타이코인터내셔널,시스코시스템스 등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이같은 증시혼란이 일시적인 것이며 경제회복이 곧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말이 옳을 수도 있지만 역사를 되짚어볼 때 종자돈을 모두 증시에 쏟아붓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닌 듯 싶다. 역사는 거품붕괴와 회계의혹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회계조작과 기업파산은 증시회복을 수년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된다. 투자업체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기업들의 잘못된 회계관행이 더욱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30년대는 기업파산과 주가조작 스캔들로 점철됐었다. 바로 29년 증시충격에 뒤이은 결과였다. 당시 가장 흔하게 쓰이던 분식회계 방법은 지주회사들을 거미줄처럼 치밀하게 짜놓는 것이었다. 각 회사들은 서로 금융상의 약점들을 보완해줬다. 엔론이 최근 사용했던 방법도 이것이다. 30년대 가장 커다란 사건중 하나가 거대 에너지업체인 미들웨스트 유틸리티스의 파산이었다. 이때 뉴욕증권거래소의 리처드 휘트니 회장도 사기혐의로 구속됐다. 비교적 완만한 거품이 60년대 후반에 발생했다가 70년대초 붕괴됐다. 당시 "니프티 50"이라 불리던 대형 우량주는 산산조각났다. 부실회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결국 대형 회계법인 피트,마윅,미첼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 회계법인들은 파산한 5개 대기업의 분식회계를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987년의 "블랙먼데이" 충격은 더욱 컸다. 이전의 증시충격보다 기간은 짧았지만 강도는 훨씬 강했다. 한창 무르익던 정크본드 시장이 철퇴를 맞았으며 내부자거래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부동산 투자열풍도 급속히 사그러들었다. 최근 파산한 엔론 K마트 글로벌크로싱 등 3개 대기업은 모두 부실회계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들 때문에 경제회복이 발목을 잡혔다는 소리도 들린다. 모두 증시거품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증시호황은 쉽게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되풀이되는 역사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뉴욕대의 리처드 실라 교수는 "경제패턴은 되풀이되게 마련"이라며 "이 때문에 일정한 패턴을 포착하게 되면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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