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법.행정의 3권 분립 원칙을 고수하는미국에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법원에서 정면 충돌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빚어졌다. 의회의 감사 기구인 회계감사원(GAO)이 22일 딕 체니 부통령을 워싱턴연방지법에 고발하고 백악관도 일전불사를 외침으로써 헌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의회와 행정부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GAO가 설립 80년만에 행정부를 사법 당국에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사안들은 모두 그 이전 단계에서 타협점을 찾아냈다. GAO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마지 못해 이 조치를 취한다"고 밝히고 "그렇지만 의회와 국민에 대한 GAO의 책임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던 우리의 거듭된 노력은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백악관에 떠넘겼다. 스콧 매클럴렌 백악관 부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GAO가 작년 여름 제소 방침을시사한 이래 이 중요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싸울 준비를 갖춰 왔다"고 말하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검토를 고대하고 있다"며 전의를 감추지 않았다. GAO는 에너지 중개업체 엔론을 비롯한 관련 업계가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수립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체니 부통령이 이끈 에너지정책반의 회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나 체니 부통령은 자료가 공개되면 솔직한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수집하는 행정부의 기능이 저해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GAO의 조치는 에너지정책반이 환경보호론자들을 배제한 채 밀실 회의를 통해 석유와 가스 증산, 원자력 발전 재개 정책을 채택했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신년 벽두부터 워싱턴 정계를 강타한 엔론 사태로 힘이 더욱 붙었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 최대의 기업 파산을 기록하며 붕괴된 엔론은 최고 경영진이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의 돈줄로 막강한 로비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시 행정부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