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지지율 회복을 노렸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역풍'으로 다시 궁지에 몰릴 조짐이다. 고이즈미 총리에 의해 내각에서 불명예 퇴진했던 다나카 전 외상이 20일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맹비난하고 나섰고, 이에 대한 국민여론이 다나카전 외상 쪽으로 급속히 쏠렸기 때문이다. 교도(共同)통신이 야후와 공동으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나카 씨가 "고이즈미 총리야말로 저항세력"이라고 비난한데 대해 네티즌의 76%가 압도적인지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NHK 등 일본 텔레비전이 다나카 씨의 중의원 예산위 발언을 생중계한 낮 시간대의 시청률이 평소보다 10%포인트 높은 14.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 올림픽에서 시미즈 히로야스(淸水宏保)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기록된 15.5%에 육박하는것으로, 다나카 씨의 입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의 언론들은 다나카 씨가 경질 이후의 `침묵'을 깨고 고이즈미 총리에게 일종의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율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내다보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은 공적자금 투입시기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처방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등 정책혼선을 빚고 있는데다, 광우병 파동을 둘러싼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농수상의 인책문제도 불거져 나온 상태여서 지지율 하락이 계속될 경우, 장기적인 정국운용에 큰 부담을 안게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최후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중의원해산이라는 `극약처방'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고이즈미 총리 본인과 자민당의 간부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의원 해산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당내 개혁반대 세력들에게 발목을 잡히고,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다나카 전 외상의 직격탄에 계속 노출될 경우에는 정계개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의원 해산카드에 유혹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