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6천여 언어 중 절반이 유력 언어와 억압적인 정부정책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21일 발표한 90쪽 분량의 '세계 사멸위기 언어 지도' 보고서에서 "프랑스, 러시아에서 미국, 호주에 이르는 세계 각지에서 소수민족의 언어와 유산이 사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이어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어는 최소 3천개에 이른다"며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 우리는 인간의 사고와 세계관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하는 도구를 영원히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과 호주가 최악이며 특히 호주에서는 1970년대까지 시행된 강력한 동화정책으로 수백 가지 원주민(애보리진) 언어가 사멸됐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도 유럽인 이주 전까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언어 수백 가지 가운데 현재 150가지 미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차별이 완화됐으나 영어만 사용하는 정책은 1980년대에 보수주의 물결과함께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23개 현지어 중 절반이 중국어 때문에 사라지고 있는 대만과 프랑스어가 현지어를 대체하고 있는 뉴칼레도니아 등을 위기 지역으로 꼽았으며 프랑스 내에서 사용되는 14개 언어와 스칸디나비아와 러시아 북부에서 사용되는 사미어와 라플란드어 등을 사멸위기 언어로 분류됐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은 당국의 압력으로 소수민족 언어의 앞날이 불투명한 반면 일본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지역은 2천여 언어가 사용되는등 언어 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프리카에서는 1천400여 언어 중 550여 언어가 쇠퇴 일로에 있고 특히 250여개는 사멸 위기에 놓인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이어 인도에서는 정부의 두 언어 또는 다언어 정책이 현지어 생존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영국 잉글랜드 남부의 켈트어와 일본의 아이누어는 언어 되살리기 운동 덕분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토착언어는 그 언어의 사용자가 다른 곳으로 이주해 새로운 사회에서 직업을 얻거나 일을 하기 위해 유력 언어를 습득하도록 강요당할 때 또는 토착언어가 더 공격적이고 경제적으로 강력한 문화와 충돌할 때 사멸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리 A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