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는 수주안에 저명한 정치범을 석방하고, '불량국가'에 대한 중국의 무기기술 수출문제를 다루기 위한 협상을 가질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등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대미(對美) 유화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베이징의 서방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 정치범 석방이나 군축합의가공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측의 이런 움직임은 부시 대통령의 첫 공식방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아가 불안스레 유지되고 있는 양국의 `동반자 관계' 증진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인권상황 개선조치와 지하교회 등록규제 완화방안을 입안중이며 앞으로 수주안에 저명한 반체제 인사와 정치범 등의 수감자들도 석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1983년 당국에 체포된 티베트 출신의 수도사 지그메 상포와 97년 검거된 뒤 실종된 중국 지하 가톨릭교회 주교 수 즈민 등 일부 인사들이 석방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성서 밀반입 혐의로 투옥된 홍콩 기업가 리광창(黎廣强)은 최근 석방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이들 조치 외에 ▲미연방수사국(FBI)의 베이징 연락사무소 설치 ▲에이즈예방을 위한 공동대책 ▲중국 법질서 구축을 위한 미국의 지원계획(1천만달러) 공표 등 다각적인 유화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특히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부시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 및 부시의 칭화(淸華)대학 연설의 생중계 요청도 흔쾌히 동의하는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움직임은 그간의 엄격한 언론통제 관행에 비추어 상당한 수준의 양보로 파악되고 있다. 신문은 이와 관련, 최근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조성되고 있는 이런 우호적인 기류가 불과 1년전만 해도 양국 군용기 충돌사건으로 얼어붙은 양국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트는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 양국간의 관계증진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대목은 북한과 이란, 이라크을 `악의 축'으로 규정,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부시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표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이용될 소지가 있는 기술수출을 중단할 것이라는 중국의 공약을 받아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또 중국이 파키스탄 등 일부국가에 무기를 수출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최근 수개월간 중단상태에 빠진 핵확산 방지협상에서도 부시대통령의 방문기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