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권력 서열 2위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장쩌민(江澤民) 당총서기 겸 국가 주석용 전용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고 19일 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리펑이 도청 장치 설치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는미 워싱턴 타임스지의 지난 15일 보도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그 보도는 순전히 루머이다. 우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리펑의 도청설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가 극도로 민감한 국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논평을 낸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 사건이 중.미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날로 가열되는 리 위원장의 도청 개입설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를 방문한 리펑 위원장은 17일 마카오와홍콩 기자들이 장 주석 전용기 도청에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 도청 사건에대해 완벽하게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리펑의 잇단 이례적인 공개 답변은 중국 지도부내에서 도청 사건이 여전히 논란 거리로 남아있으며 지도부내 권력 투쟁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부인하고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리 위원장은 자신의 부인과 아들이 관련한 부패 혐의들에 대해 장 주석이 어떻게 말하는지 파악하고 감시하기 위해 장 주석 전용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장 주석이 확신하고 있다고 워싱턴 타임스는 보도했었다. 미국에서 장 주석 전용기로 제조돼 지난해 8월 중국에 인도된 보잉 767기에서수십개의 도청장치가 발견됐으며, 일부 언론은 중국 내부의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고말했고, 일부 보도들은 미국 정보기관이 설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 미 두나라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21-22일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이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올해 가을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총서기, 당중앙군사위 주석, 정치국 상무위원 등 최고위 지도부에 대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있으며 이에 따라 내부 권력 투쟁이 치열하다. 리 위원장은 서방으로부터 1989년 민주화운동인 톈안먼(天安門)사태를 무력으로진압하는데 가장 깊이 개입한 배후 인물로 비난받고 있으며, 베이징(北京)에서는 지난 98년 이후 그의 집안 부패 문제와 관련하여 자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리펑의아들은 선물거래 사기에 개입했다고 시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리펑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일부러 리펑 반대 시위를 묵인해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이상민특파원 smle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