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죄 및 대량학살 등의 혐의로 구(舊)유고 전범법정(ICTY)에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60) 전 유고 대통령에 대한 이틀째 재판이 13일(현지시간) 속개됐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각종 비디오 테이프까지 동원해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코소보 전쟁을 통해 자행된 밀로세비 전 대통령의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혐의 66건을 추궁했다. 그러나 밀로세비치 전대통령은 작년 예비재판때와 마찬가지로 전범법정의 합법성을 부인하며 ICTY검찰이 이 재판을 통해 자신에게 '린치'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밀로셰비치 전대통령에게 재판휴정시간까지 30분간 진술하거나 14일 재판에서 정식 변론을 하든지 선택하도록했다. 이에 따라 밀로셰비치 전대통령은 이날 10분간의 진술을 통해 "이 법정은 적법하게 설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재판할 권한이 없다"면서 "검찰은 편견을 갖고 있을뿐 아니라 이미 (언론을 통해) 나에 대한 판결을 선전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은 작년 예비재판에서도 이 법정의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판부가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의 메이 판사는 법정의 합법성문제는 이미 결론이 났다면서 밀로셰비치 전대통령의 주장은 이번 재판과 관련해서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지난 1992년 트르노폴리에 감옥에서 구타 및 고문, 성폭행 등을 당한 끝에 몸이 수척해지고 공포에 질려 있는 수감자들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증거로 내세우며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혐의를 추궁했다. 검찰은 수천명이 수감됐던 이 감옥에서 많은 수감자들이 이런 가혹행위 끝에 살해되거나 집단 매장됐다고 말했다. 조프리 나이스 ICTY 차석검사는 1995년 7월 스레브레니차에서 1주일동안 벌어진 난동에서 7천500여명의 남자와 소년들이 집단 처형돼 매장됐다고 밝히는 등 검찰 공판은 예정 시간을 훨씬 넘겨 9시간동안 진행됐다. 밀로셰비치는 검찰이 혐의를 추궁하는 동안 종종 졸린듯한 표정을 지으며 적어도 두차례이상 하품을 하기도 했으나 중요한 순간에는 펜을 들어 메모를 하기도 했다. 첫날 재판과정에서는 수천명이 살해당하고 100만명 이상이 고향에서 강제추방당해야 했던 3개 발칸전쟁에서 그의 역할을 보여주는 몇장면의 TV 화면과 사진, 문서등이 증거로 제시됐으며 검찰측은 밀로셰비치가 권력에 굶주려 "중세기적인 만행"을 자행했다고 비난했었다. 밀로셰비치의 변호인단은 14일 재판이 속개되면 밀로셰비치의 행위를 정당화시켜주는 비디오테이프를 동원해 장시간 진술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 진술이 길게는 이틀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의 변호인단에는 영국의 좌익 극작가 해럴드 핀터와 미국 법무장관을 역임한 램지 클라크, 캐나다의 좌파 변호사 크리스토퍼 블랙 등 저명 인사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코소보의 온건파 알바니아 지도자 이브라힘 루고바는 이번 밀로셰비치의전범 재판에 증인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간 계속될 이 재판에서 유죄가 평결되면 밀로셰비치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밀로셰비치에 대한 재판은 제2차 세계대전후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심복들이 군사법정에서 심판을 받은 이후 최대의 전범재판으로 꼽히고 있다. (헤이그 AFP.AP=연합뉴스) y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