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웬만하면 테러를 당한 미국을 자극하는 것을 삼가왔던 서방국가의 지도자들이 세계경제포럼(WEF) 뉴욕연례총회를 계기로 대미(對美) 비판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국정연설을 통해 '악의 축'이라는 신조어 까지만들어가면서 강경일변도의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독주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안정된 세계를 위한 국제연대 구성"이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나온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테러지원국가를 지칭하는 '악당 체제'에 대한 국제연대를강조하자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이사회 사무총장은 즉각 미국의 독주를 꼬집고 나섰다. 그는 "국제연대를 위해서는 연대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의사결정도 공동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토론회에서도 미국의 '일방통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하버드대학 케네디행정대학원장인 조셉 나이는 '악의 축'을 거론하면서 부시 정부가 독주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세계 다른 나라의 의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뉴욕 타임스는 3일자에서 WEF 뉴욕총회에서 이제 완전히 유행어 처럼 되어 버린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과 관련, 유럽을 비롯한 다른 미국의 우방국가 외교관들은 미국이 앞서서 문제를 벌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을 돕고 있는 서방국가들이 부시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전쟁을 자기 마음대로 수행하려 한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WEF의 이번 총회는 정보기술의 발달 등에 깊은 관심이 모아졌던 과거와는 달리 화두가 '테러', '안전', '악의 축' 등 무거운 것들로 가득 채워져 회의장 분위기가 많아 가라앉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