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다나카 마키코 외상 경질파문이 일본 경제에 메가톤급 강펀치를 날렸다. 새 외상 임명에도 사태는 수습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주가가 맥없이 무너지고 채권값 또한 미끄럼질(수익률은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엔화 가치가 속락, '트리플 약세'의 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외상 경질에 따른 지지율 급락과 이로 인한 민심 이반이 고이즈미 정권의 구조개혁 작업을 좌초시킬지 모른다는 불안이 시장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이즈미 정권은 출범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본격화된 트리플 약세=다나카 외상이 전격 경질되고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지난달 30일부터 트리플 약세의 조짐이 더욱 뚜렷해졌다. 증시에서는 닛케이평균주가 1만엔이 무너진데 이어 1일 9천8백엔을 뚫고 9천7백91.43엔까지 내려갔다. 버블경제가 무너진 1990년 이후 최저치다. 엔화 값은 1일 장중 한때 1백35.04엔까지 밀려 98년 10월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채권도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추면서 값이 속락, 10년짜리 신규 국채 수익률이 1.5%대로 올라서며 고이즈미 정권 발족 직전인 작년 4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주가 채권 엔화 값이 동반 추락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버블 붕괴 직후인 90년초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일본 언론은 이번의 트리플 약세와 관련, 국제 금융시장의 '일본 불신'을 대변하는 증거로 보고 있다. ◇고이즈미 개혁의 향방은=일본 언론은 고이즈미 개혁의 앞날과 관련,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하시모토, 가메이파를 중심으로 한 저항세력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고이즈미 총리가 정국의 주도권을 잃고 개혁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분석이다. 가메이 전 정조회장은 경질 직후부터 "기회가 왔다"며 지지율 급락을 계기로 정책전환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둘째, 신뢰회복을 위해 구조개혁의 고삐를 더 바짝 죈다는 관측이다. 셋째, 외상 경질이 오히려 정권 기반을 더 안정시켜 개혁 스피드를 높여주고 이는 지지율 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가 관측통들은 이번 파문으로 고이즈미 정권과 일본 경제가 치명적 타격을 안게 됐다는데 거의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