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이틀째인 1일 연사로 나선 각국 지도자들은 테러 척결전은 이제 무력의 사용이 아니라 빈곤대책 등 지구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WEF와 동시에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포럼(WSF)에서는 참가자들이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한 세계화에 대한 환멸을 표시하면서 이의 극복방안을 중점 토의했다. WEF 패널 토의에 참석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자유를 위협하는 어떠한 국가에 대해서도 아프가니스탄 이후의 전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미국의 결의를 재차 강조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테러 행위의 근본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견해에 동조했다. 파월 장관은 "우리는 빈곤과 자포자기, 절망이라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을 되돌리고 테러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월 장관과 함께 토론자로 나선 위베르 베드랭 프랑스 외무장관은 "내가 제안하는 바는 더욱 공정한 세계를 위한 동맹체를 구축하자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욱 공정한 세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테러와의 전쟁은 더 큰 세계 정의라는 기치 아래가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말하고 국제사회가 "물질적, 사회적, 환경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과 협력해 국내 테러 척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빈곤을 "테러리즘의 몸종"이라고 지칭하면서 "테러와의 전쟁과 빈곤과의 전쟁은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는 만큼 대 테러 국제동맹은 계속 협력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의 WEF 회의장 주변에서 5천명 이상의 경찰이 동원돼 회의장으로 통하는 도로들을 봉쇄한 채 철통같은 경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세계화 반대론자들은 2일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반세계화 운동단체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의 운동가 케이트 쿠퍼는 이날 시위에 수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최측은 시위가 과격해질 지 여부는 경찰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흑인 탄압으로 악명높았던 KKK(큐 클럭스 클랜) 단속을 위해 1845년 제정된 법률을 적용, 얼굴을 가린채 시위를 벌이는 사람은 누구라도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들을 대표하는 3만명의 운동가들이 집결해 빈곤문제 해결 대책 등에 대해 토의를 벌였다. 일부 운동가들은 빈곤의 해결은 정치적 문제라고 규정하고 빈곤 국가들의 부채상환이 정당한 것인 지 여부를 가리는 국제법원을 창설할 것을 촉구했다. WSF의 토론 참석자들은 또 한때 개혁의 모범으로 꼽혔던 아르헨티나 경제의 붕괴는 민주주의와 개방된 시장에 대한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믿음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사회단체 `대륙사회동맹' 소속 엑토르 델라 쿠에바는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형제들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이 자유무역 모델이 아르헨티나에 사회적 재앙을초래한 때에 그들의 불만을 표시하지 말라고 부탁할 수는 없다"고 말해 관중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뉴욕.포르투 알레그레 AF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