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최근 5일간 계속된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1일 현재 최소 4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으며 10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동부 자바에서 지난 달 31일 폭우로 강과 개천이 범람하면서 주택지역이 2m까지 침수돼 고지대로 피신하지 못한 주민 14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홍수가 난 동부 자바 삼핑과 시투본도, 수라바야, 보조네고로, 모조케르토 등지는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전화가 두절됐으며 1일까지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인명 및 재산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와 주변 위성도시도 최근 계속된 폭우로 상당수 주택가와 공단, 상가가 침수돼 홍수가 시작된 지난 달 28일부터 1일 현재까지 모두 18명이 물에 빠지거나 감전, 산사태, 주택 붕괴 등으로 숨졌다. 해변 휴양지 발리 북부 지역에서는 지난 달 30일 집중호우로 주택가 인근 댐이 범람, 주민 4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자카르타에는 이재민 36만5천여명이 이슬람 사원이나 학교, 공공건물 등으로 피신해 정부와 사회단체 등에서 제공한 구호품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 피란지역에 각종 전염병이 창궐할 것으로 보건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이번 호우로 수도권과 동부 자바, 발리, 칼리만탄, 북부 수마트라 등지에서 모두 100만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은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으나 구호품이 턱없이 부족해 이재민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자카르타 소재 170개 초.중등학교가 물에 잠겨 지난 달 30일부터 휴교에 들어간것을 비롯해 전국 수해지역 휴교 학교는 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홍수로 상당수 도로와 고속도로가 침수되고 철로가 파손돼 수도권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자카르타와 반둥을 연결하는 철로가 파손돼 열차 운항이 중단됐으며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과 연결되는 고속도로도 일부 구간이 1m까지 침수되면서 승객들이 늦게 도착해 항공기 이.착륙이 크게 지연됐다. 수도권 공단지역인 탕그랑과 버카시, 보고르 등지에 입주한 상당수 한국 업체들도 이번 홍수로 고가의 기계가 고장나고 수출 상품이 물에 잠겨 천문학적 액수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보험에 가입했으나 천재지변에 의한 손실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약관 때문에 보험금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기상당국은 이달 말까지 폭우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홍수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대통령이 지난 달 31일 동부 자카르타 차왕 지역을 시찰할 당시 주민들은 "우리는 방문이 아니라 식량을 원한다. 시민들은 물에 잠기고 공무원들은 돈에 잠겼다"고 적은 깃발을 내걸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