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미국의 한 18세소녀가 어머니에게 정자를 기증한 아빠를 만나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클레어'양. 현지 언론은 최근 클레어가 자신의 성과 집주소를 당분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지난 29일 18세 성인이 된 클레어는 비영리 캘리포니아정자은행(SBC)의 주선으로 향후 몇개월안에 `정자기증 아빠'를 만날 계획이다.

클레어는 엄마의 친척들에 비해 왜 자신의 키가 유달리 크고 유모 감각이 다른지 그동안 품었던 궁금증을 해소하길 고대하고 있다.

클레어는 "정말 그분(정자기증 아빠)과 인연을 맺고 있다"며 "딱 언제부터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늘 그런 감정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클레어의 `정자 아빠'는 정자은행측과 협의해 `생물학적 딸' 클레어와의 상봉 날짜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남이 성사되면 정자기증자의 신원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인공수정 분야에 획기적인 사건이 된다.

모라 리오던 SBC 전무는 "이번 만남이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사람들의 정체성 확인 차원과 공개적 입양 추세에 맞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3만-7만5천명의 아이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고 있다.

기증 정자를 냉동보관하는 정자은행이 1970년대 출현하기 전 인공수정용 정자는병원 현장에서 남자가 생식능력이 없는 부부만에게 제공됐으나 인공수정 등에 관한내용을 비밀로 하도록 권고받았고 인공수정아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에 따라 오클랜드 페미니스트 여성건강센터가 82년 설립한 SBC는 인공수정 과정의 공개를 추진했고 수혜대상도 미혼여성과 여성동성애자로 확대했다.

SBC는 설립 초기부터 정자 기증 희망자들에게 생물학적 딸이 성년이 된 뒤 자신들과 접촉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접촉을 허락한 기증자들은 자신의 결정을 나중에 번복할 수 없다. SBC 고객의 80%가 자신의 신원을 공개할 의사가 있는 기증자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증자들이 신원공개에 동의했고 그들의 자녀 약 10명이 올해 18세 성인이된다. 클레어도 이중 한명이다.

클레어는 정자 기증자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진짜 아버지가 아닌 성탄카드를교환할 수 있는 정도의 친분을 유지하길 기대하고 있다.

자신이 아주 어렸을 때 `정자 아빠'가 다른 가족에도 정자를 기증했다는 것을알고 있는 클레어는 "지금은 작은 (이복) 가족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 생각하니좀 걱정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혼이던 40세에 정자은행을 찾아 클레어를 낳은 어머니 아이린은 딸의 `정자아빠' 상봉 계획에 찬성하고 있다. 아이린은 그후 결혼했다.

미국의 일부 정자은행들은 83년부터 기증자 신원과 사진을 공개하고 있으나 스웨덴과 같은 일부 국가의 경우 기증자 신분 공개가 의무화돼 있다.

정자 기증자에게 접근하길 희망하는 인공수정아들이 증가하면서 상속과 양육지원 등의 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미국 주(州)들은 인공수정아와 정자기증자간의 만남을 금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coowon@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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