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이즈미 내각 ''퇴출 1호 각료''의 불명예를 안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료에서 자민당의 무파벌 소속 의원으로 돌아간 다나카 전 외상은 여전히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 상태여서 그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대립각''을 세울 경우, 고이즈미 정권의 인기추락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나카 씨는 30일 밤 일본 기자들에게 "총리는 파벌에 무릎꿇지 말고, 이해관계를 떠나 일해 주길 바란다"며 "그런 사람을 위해 음지에서 응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일견 고이즈미 총리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확실한'' 전제를 단 얘기이다. 뒤집어 말하면 고이즈미 총리가 자민당 파벌정치에 연연한다면 지지를 보내지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다나카 씨가 이처럼 ''가시돋친'' 말을 한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파벌정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비쳐진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이 취임 이후 주창해 온 ''성역없는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자민당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橋本)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고이즈미 총리는 정권의 상징이었던 개혁의 실현을 위해 당초 ''파벌파괴''원칙에서 ''파벌간 연대''로 후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자민당내 역학구도가 이런 상황으로 발전할 경우, 다나카 씨는 고이즈미 정권의 저격수로 변신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본 민영방송들이 ''다나카 퇴진''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고이즈미내각의 지지율은 70%대에서 34%로 급전직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번 경질파문 속에서도 다나카 씨의 건재가 재삼 확인됐음을 의미하고,그는 이런 국민지지를 바탕으로 고이즈미 정권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저항세력''이될 공산이 크다. 다나카 씨가 고이즈미 총리의 ''파벌정치 회귀'' 등을 비난한다면 국민에게 먹혀들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일단 고이즈미 총리는 다나카 씨에 버금가는 인물을 후임 외상에 임명해 추락한국민지지 만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찌감치 점찍어 둔 오가타 사다코(緖方貞子) 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은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외상자리를 고사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어 고이즈미 총리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정치적 결혼관계''에서 남남으로 돌아선 고이즈미 총리와 다나카 전 외상이 앞으로 설정할 관계에 일본 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