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30일 핵무기 감축이 구속력있는 협정의 형태를 취한다면 미국의 제안에 상응해 감축안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핵무기 감축) 합의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이며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전략적 공격무기의 감축을 예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유효한 문서형식을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감축수준을 향후 10년간 기존의 핵탄두를 상한선 1천700-2천200기(基)까지 줄이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날 성명은 미국의 존 볼튼 군축 및 국제안보 차관과 게오르기 마메도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29일 워싱턴에서 군축협상을 가진 뒤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다음 군축협상은 다음달 1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러시아 외무부는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올 봄 모스크바를 방문할때 감축안에 서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핵탄두 수를 6천기에서 1천700-2천200기로 줄이겠다고 제안해 왔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핵탄두를 1천500기까지 줄일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미사일 방어를 추진하기 위해 러시아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서 일방 탈퇴한 마당에 러시아가 다시 협정 형태의 핵무기 감축 합의를 들고 나옴에 따라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러시아와 달리 비공식적 합의를 원하는 입장이다. 한편 미 국무부는 러시아와의 군축협상을 마친 뒤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회담을 했다"고 논평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그러나 "이 시점에서 더 구체적인 사항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협정 형태의 감축안을 요구한다는 러시아 외무부의 성명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바우처 대변인은 "합의의 형태는 협상에 달려 있으며 러시아는 예전에도 공개적으로 그런 입장을 표시한 적이 있고 우리도 그 입장을 알고 있다"며 "우리 입장은그 점을 논의해보자는 것이고 지금 하는 일도 그런 차원이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워싱턴 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