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의 경제 지표들이 호전추세다. 그래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거품 경제시대의 잔재인 과도한 부채는 미국의 경제 회복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너무 많은 먹이를 먹어 배가 뚱뚱한 새처럼 부채에 찌든 미국경제는 도약에 힘겨워하고 있다. 과도한 부채에 허덕이는 미국은 세계 경제에도 걸림돌이다. 세계 경제가 미국에 너무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깊은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다. 이 나라의 금융기관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독일을 제외한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간신히 불황을 피한 듯 하다. 그렇지만 아직 성장 엔진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형편이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미국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도하는 듯 하다. 그 근거는 기업의 재고가 줄었고 과잉 생산능력도 적정 수준으로 조절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 지출도 늘었다.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경제 낙관론자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불황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불황은 9·11테러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례처럼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한 연방금리 인상에 의해서도 아니다. 그 뿌리는 역사상 가장 큰 금융버블의 폭발인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4·4분기 동안 많은 재고자산을 처리했다. 재고 소진은 올 1·4분기의 생산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가계지출과 기업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가계와 기업은 부채에 눌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부채는 경제회복을 억누를 것이다. 일정한 성장을 위해 더 많은 대출이 필요하지만 경제주체의 부채과다는 이들에 대한 대출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다.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결국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다. 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거품은 주가상승에 의한 것만이 아니다. 그 핵심은 주가 기업이익 임금 등의 무한정한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이뤄진 차입붐이다. 차입에 의한 자금은 투자와 소비지출을 지지해왔다. 이젠 주가거품이 붕괴됐다. 정보기술(IT)투자붐도 꺼졌다. 하지만 차입거품은 여전하다. 이 차입거품이 사라질때 경제의 낙관론자들은 그 결과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과도한 채무부담이 앞으로 수년간 수요를 억제하고 W자형의 이중침체 국면을 초래할 것이다. 과거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은 과거 6차례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 가운데 5번은 이중 하강국면을 경험했다. 재고가 줄면서 생산이 잠시 상승했지만 수요가 뒤따라 주지 않으면 생산은 다시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도 부담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제까지 신속하게 금리를 인하해 침체 국면의 심화를 막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FRB도 과도한 채무를 줄이려는 가계와 기업의 행동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할부와 대출로 견뎌온 가계와 기업은 향후 수년간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정리=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 ◇이 글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6일자)에 실린 ''Ready for take-off?''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