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회계법인이던 아서 앤더슨의 간부들은 24일 시작된 미 의회 청문회에서 데이비드 던컨 전(前) 회계감사가 독자적으로 엔론 관련 장부를 다량 파기한 책임이 있다고 증언했다. 앤더슨측 변호사인 낸시 템플도 이날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감독조사소위의 청문에 증언으로 출석, "엔론에 대한 연방차원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난뒤 엔론 관련 서류의 파기 또는 보존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장부 파기와 관련해서는 어떤 행위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전 회계감사 던컨은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도록 규정한 수정 헌법제5조를 들어 증언을 거부했다. 그러나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는 앤더슨이 엔론 장부를 파기한 직원들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했다는 내용의 내부 메모를 공개, 앤더슨측 개입의혹에 불을 지폈다. 템플 변호사와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앤더슨측 중견간부 도시 배스킨과 C.E.앤드루스는 "그같은 행위(엔론 장부 파기)는 회사내의 다른 사람과 전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법률고문과 협의했을 지 모른다"고 증언했다. 앤더슨은 엔론 담당 회계 책임자였던 던컨이 장부를 보존할 책임을 혼자서 지고있었다며 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앤더슨은 지난 주 던컨을 해고했다. 앞서 첫번째 증인으로 나선 던컨은 `정부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장부를 파기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느냐''는 짐 그린우드 소위 위원장의 질의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린우드 위원장은 "던컨이 희생양인지 아니면 사기성이 있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원 민주당 지도자 톰 대슐 의원은 던컨이 강제로라도 반드시 증언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빌리 타우진 에너지상무위원장은 수십명의 앤더슨 직원들이 서류파기 작업을 하기 위해 초과근무를 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앤더슨측의 작년 10월24일자 e-메일 메시지에는 "직원들이 필요하다면 이번 주 남은 기간에는 초과근무 체계로 이 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미 연방법원의 멜린다 하먼 판사는 24일 엔론 주주들이 수백만달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과 관련, 앤더슨측이 더이상 엔론 관련 장부를 파기하지 못하도록 주주 소송 변호인단이 서류를 검열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휴스턴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