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종신 지휘자 주빈 메타(64)는 20일 자신은 이스라엘이 유대인 대학살의 원흉인 히틀러와 나치정권이 가장 애호했던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즐길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도 태생의 메타는 이날 모스크바 에코 라디오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바그너의음악이 이스라엘에서 연주되려면 아직도 한 세대를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말했다. 그는 특히 "나치치하 당시 유태인 수용소에 강제 수용됐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나치 상징물인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면 여전히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강조했다. 메타는 그러나 이스라엘이 유태인에 대한 증오를 감추지 않았던 바그너의 음악을 비공식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스라엘은 민주국가로어느 누구도 공연음악을 명령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81년 이스라엘 청중들의 사전 양해를 얻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 ''문화적인 금기''를 깨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바 이다. 앞서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도 작년 청중들의 동의를 거쳐 바그너의 한 오페라를 연주,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으나 일반 관중들과 관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히틀러는 바그너를 숭배한 나머지 그의 음악을 나치정권 선전물의 일부로 활용했으며 바그너도 유대인에 대한 증오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kk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