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제작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보잉 767 전용기에 20여개의 각종 첨단 도청장치가 발견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19일 보도했다. FT는 중국이 지난해 9월 장쩌민 주석의 전용기로 이용될 보잉사의 767기의 시험비행을 하던 도중 화장실 침실 등 모두 20여곳에서 도청장치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장 주석은 이 사실을 보고받고 격노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 군사전문가들은 장 주석의 전용기에서 발견된 도청장치가 위성으로 통제되는 최첨단 장치로 파악하고 있지만 미국정부의 개입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FT는 밝혔다. 또 도청장치들이 언제 전용기에 장착됐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전용기 기체는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에서 제작됐으나 내장공사는 미국의 다른 곳에서 중국측의 입회 아래 이뤄졌기 때문에 보잉사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분석했다. 중국 보안당국은 전용기 제작과정을 감시한 공군 산하 중국연합항공(CUA)과 전용기 수입을 담당한 중국항공물품수출입공사(CASC) 관계자 20여명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9·11테러사건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밝혀짐에 따라 향후 양국관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주목되고 있다. 이 사건이 다음달 21일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에 의제로 오를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공식 논평을 자제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중국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인들은 미국이 우리를 항상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최근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정부가 이 문제를 확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