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과 의회가 엔론사 정치권 로비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엔론사 로비의 손길이 곳곳에 뻗쳐있어 조사 적격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관계자들이 밝혔다. 미국 상원의원들 중에서 엔론사로부터 선거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은 필 그램상원의원은 17일 의회 진상조사단에서 자진 탈퇴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램 의원의 부인으로 현재 엔론사 중역과 회계감사 위원을 겸임하고 있는 웬디그램 여사는 투자자들이 엔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사건에서 피고로 올라와 있다. 또 경제학자인 웬디 그램 여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조지메이슨대학 메르카투스센터의 조사감시연구학팀은 지난 96년부터 엔론사로부터 5만달러를 기부받았다. 이와 관련, 제러미 나시츠 조지메이슨대학 대변인은 엔론사가 기부한 5만달러는조지메이슨대학 전체가 받은 기부금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필 그램 상원의원의 대변인인 래리 닐은 "그램 의원이 의회 청문회의 조사 범위를 알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닐 대변인은 또 그램 의원은 차기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으며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기부금을 모두 되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시민 감시단체들은 16일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이사장을 SEC 엔론사 진상 조사단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비 피트 이사장은 유명한 증권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엔론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자문 변호사로 일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피트 이사장을 비롯한 행정부 관계자 모두가 올바르게 일을 처리하고 윤리규정도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피트 이사장도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감독기구 설치문제 등 회계법인들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들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 감시단체 관계자들은 "피트 이사장이 엔론이나 앤더슨과 밀착관계는 없었겠지만 조사에서 손을 떼지않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엔론사 비리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래리 톰슨 법무부 부장관도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하원 법사위원회의 존 코나이어스 민주당 의원이 주장했다. 톰슨 부장관은 이에 대해 법무부 입각전 몸담았던 법무법인 킹 앤드 스팔딩이엔론사와 수임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이해 당사자는 아니라며 사임 요구를 일축했다.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지난 2000년 상원의원 선거 출마 당시 엔론사로부터 선거 기부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미 사건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워싱턴 AP=연합뉴스)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