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증시 전문지가 리펑(李鵬.74)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일가족 부패 관련 보도를 내놓은 데 이어 16일 베이징시 한 복판에서 100여명의 성난 투자가들이 리 위원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여 관심을 끌고 있다. 공산당 서열 2위인 리 위원장의 맏아들 리샤오용(李小勇)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신궈다(新國大) 선물중개공사 사기 사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시위자들은 이날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人大) 사무실 앞에 몰려와 리 위원장에게 사기 금액을 물어내라고 고함치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리펑은 피땀 흘리며 번 우리 돈을 돌려달라"고 쓰여진 흰색 셔츠를 입고 고함을 지르는 한편 사기 사건 내용이 담긴 전단을 행인들에게 나눠줬다. 공안당국은 시위 발생 직후 출동돼 시위대들을 포위한 뒤 일반 군중들로부터 격리했으나 강제 해산시키지 않았다. 시위대들은 베이징시가 신궈다 선물사를 불법기업으로 판정한 것은 고위간부 자제 다수가 연루된 2억위앤(한화 약280억원) 규모의 이 회사 사기 사건 수사를 종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포 전단은 인민무장경찰부대의 고위직 간부인 리샤오용이 이 부대의 산하 기업인 캉다(康達)무역공사에 신궈다 선물사 주식 5%를 취득하도록 지시했으며 거래과정에서 120만위앤을 받는 등 사기 사건에 관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앞서 대만 기업가 차오위훼이(曹予飛)가 신궈다 선물사경영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차오는 지난해 5월 5억3천200만위앤 이상의 투자기금 횡령 혐의로 중국 당국에 의해 처형됐다고 보도됐다. 당시 중국 관영 언론들은 차오가 앞서 리 위원장의 측근인 뤄간(羅幹) 당중앙정법위원회 서기, 리톄잉(李鐵映) 정치국원, 우방궈(吳邦國) 부총리 등과 테니스를 치는 사진들을 공개, 차오가 당정 고위관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음을 시사했다. 신궈다 선물사 투자사기 사건은 98년 7월 이 기업 고문과 총경리, 재무담당 책임자 등 3명이 동시에 실종된 뒤 밖에 알려졌으며 피해자 4천여명이 맡긴 투자금 5억위앤도 함께 사라졌다. 시위 참석자들은 지난 3년간 베이징 시정부에 리샤오용과다른 기업 및 기업가들간의 유착관계를 밝혀주도록 요청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단에 따르면 피해자 200여명은 지난해 8월에도 베이징 당위원회 사무실 입구에서 리샤오용과 이 회사 총경리(사장)였던 차오와의 관계를 밝혀주도록 요청하는등 3차례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의 증시 전문지인 증권시장주간(證卷市場周刊)이 지난 해말 공산당 서열 2위인 리펑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부인 주린(朱琳)과 아들 리샤오펑(李小鵬)이 화넝(華能)국제그룹을 가족회사로 변질시켰다고 보도한데 이어 당국은 이 잡지에 대해정간 처분을 내렸으며 이 기사를 쓴 마하이린(馬海林)기자를 체포하고 배포된 주간지들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