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테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소방관들이 각종 오염물질로 인한 심각한 건강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소방관들은 천식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또 다른 소방관들은 기침과 소방관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폐기능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백 명이 병가를 얻거나 가벼운 임무만을 수행하고 있다. 뉴욕 소방본부 프랭크 그리본 대변인은 14일 "얼마나 많은 소방관이 영구적 장애를 얻게 될지 그리고 이런 호흡기 질환으로 은퇴를 하게 될지 분명치 않다"며 "그러나 현재 세계무역센터 구조작업자 30여 명이 폐질환 등으로 은퇴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현재 나타나는 증상과 관계없이 테러 현장에서 일했던 소방관과 경찰 등은 수십년 후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소방관들도 추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 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서류를 이미 제출했다. 소방관협회의 톰 맨리 보건.안전 담당자는 "테러현장에서 일한 소방관은 금방 표가 난다"며 "그들은 만성 기침과 천식 증세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기는 천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천식을 앓으면서 높은 계단을 오르거나 화재를 진압할 수 없다"며 "현재 병가를 떠난 소방관 중 일부는 다시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소방관은 "세계무역센터 구조활동 한달 뒤부터 운동을 하거나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 어려워져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으며 마라톤을 여러 차례 완주한 한 소방관은 "이제 3살짜리 딸을 안고 계단조차 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의 미래 소송권 확보를 위한 서류를 제출한 마이클 바라시 변호사는 "많은 소방관들이 아침마다 심한 기침과 각혈 증세로 고생한다"며 "이번 서류 제출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테러 직후 시가 방독면 지급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9.11 테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테러 직후 구조대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병가를 받은 한 소방관은 테러 후 며칠 동안 착용할 마스크가 없었다고 말했으며 소방관협회의 톰 맨리 보건.안전담당자도 테러 직후 너무 많은 소방관과 경찰, 자원봉사자들이 일시에 투입돼 마스크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구조대원들은 병원용 마스크를 쓰기도 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으며 마스크를 지급받은 사람도 의사소통 등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활동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잔해가 120만t이나 되는 세계무역센터 붕괴현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먼지와 함께 석면과 벤젠, 다이옥신, 폴리크로리네이티드비페닐(PBC) 등 각종 발암물질이다량 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무역센터 구조활동에서 이 물질들을 들이마신 것만으로는 암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운트 시나이 의대 스티븐 러빈 박사는 "현장의 석면과 다이옥신, 벤젠, PCB 모두 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콘크리트와 유리섬유, 각종 광물, 가스 등이 섞여 있는 먼지이다. 러빈 박사는 "이런 먼지들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있으며 이런 질환은 평생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천식과 축농증 등 테러현장 구조작업 관련 질환들은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소방관들 대부분이 조기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이런 질환이 만성질환으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