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억류중이던 알-카에다와 탈레반 포로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일 포로 20명이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기지에 도착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이송될 아프간 포로들 가운데 첫 20명을 태운 미군 수송기가 이날 오후 1시50분(한국시각 12일 오전 3시50분)께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피구금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말은 정확치 못하며 사실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으나 이송 도중 피구금자 1명에게 진정제가 투약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들은 전쟁포로가 아니라 비합법 전투요원들(unlawful combatants)"이라면서 "내가 알기로는 실무적으로 비합법 전투요원들은 제네바 인권협약에 따른권한을 전혀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럼즈펠드 장관과 함께 국방부 기자회견에 참석한 리처드 마이어 합참의장은 "이 ''피구금자''들은 이송중에도 수송기 뒷편 급수관에 구멍을 내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빌 샐빈 해군 대변인은 포로들이 사진촬영과 지문채취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임시 수용소의 독방에 수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프 X-레이''라고 불리는 임시 수용소에 수감될 포로들은 철사로 엮어진 울타리와 금속지붕 등으로 만들어진 독방에 격리,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군측은 아프간 포로들이 수용소내 유혈폭동을 일으킨 전력이 있어 할로겐조명이 비치는 매트위에서 수면을 취하도록 하는 등 엄중 감시할 계획이다. 수용소는 현재 죄수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나 조만간 220명을 수감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며 미군측은 향후 2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상설시설을 건축하고 있다. 한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발표, 미군이 포로들을 이송하면서 이들의 긴 턱수염을 모두 면도했으며 얼굴을 천으로 씌우고 수갑을 채웠다는 보도와 관련해 우려를 표시했다. 앰네스티는 미군측이 포로들을 수감할 독방은 인도주의적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독방크기가 가로 2m, 세로 2.5m에 불과해 미국측이 일반 죄수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기준에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마카레나 아길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변인은 11일 ICRC는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관타나모 기지의 아프간 포로들을 방문하기 위해 현재 미 당국과 방문시기와 조건 등에 관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아길라 대변인은 포로 이송중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으나 이송된 아프간과 알 카에다 전사들을 ''전쟁포로''라고 규정했다. ICRC는 피구금자들의 환경이 매우 열악할 경우에도 공개적 비판보다는 막후 압력을 넣어 상황을 개선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인권운동가들은 미국이 아프간 포로들을 ''억류자''로 주장하는 것은 아프간 포로들을 군사법정에 세울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ㆍ제네바 APㆍAFP=연합뉴스)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