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범으로 밝혀진 뒤 그를 잡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외국 정부들의 제의를 적어도 3번 이상 거절했다고 선데이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워싱턴과 중동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9.11테러 직후 한 사석에서 자신이 이 제의들중 첫번째였던 수단의 빈 라덴 인도제의를 거부한 것은 "임기중 최대의 실수"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초 빈 라덴을 추방하라는 미국은 강한 압력을 받고 있던 수단 정부는미 중앙정보국(CIA)과 연결돼있는 전직 정보원을 워싱턴에 보내 지난 94년 테러범카를로스 자칼을 프랑스의 손에 넘겨준 것과 같이 빈 라덴을 미국에 인도하겠다고 제의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빈 라덴을 "테러에 대한 세계 최대의 단일 자금주"로 표현하고 있었으며 수단이 테러범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수단의 빈 라덴 추방제의는 거절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전 백악관 고위 소식통은 "단지 빈 라덴을 기소할 증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를 기소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를 미국에 데려올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테러 정보기관에 근무한 한 인물은 빈 라덴의 미국에 대한 음모를 입증하는 "분명하고 설득력있는" 증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수단 정부는 지난 96년 5월 미국 정부에 팩스를 통해 빈 라덴을 곧 추방할 것임을 다시 한번 통보했고 미국 정부에 그를 체포할 또 한번의 기회를 줬으나 빈 라덴을 잡지 않기로 결정이 내려졌고 이는 백악관의 최고위층에까지 올라갔었다고 전 행정부 소식통들은 말했다.

이 소식통들은 미국 정책의 분명한 초점은 국가가 테러를 지원하는 행위를 억제하자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수단 정부가 빈 라덴을 추방한 것 자체가 분명한 승리였고 행정부는 "기뻐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96년 5월18일 C-130 전세기편으로 부인들을 포함해 모두 150여명에 이르는 추종자들과 함께 카르툼을 이륙,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잘랄라바드로 향했으며 도중에 카타르에 들어 재급유를 받기도 했다. 카타르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였으나 빈 라덴은 방해를 받지 않았다.

빈 라덴 체포를 위한 2번째 제의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백만장자로 96년 대선 당시 클린턴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던 만수르 이자즈로부터 나왔다고 신문은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7월6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존 포데스타를 방문, 한 걸프 국가의 정보원들이 빈 라덴의 체포를 돕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자즈와 포테스타의 회동은 백악관과 이자즈 사이에 오간 e-메일로 확인됐으며 이자즈에 따르면 당시 제의는 탈레반이 빈 라덴을 걸프 국가에 넘겨주는 대신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하기 위한 이슬람구호기금을 설립하는 것이었고 미국은 그때 빈 라덴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뽑아내올 수 있었다고 신문은 말했다.

당시 백악관은 치열한 내부 불화끝에 클린턴 대통령의 최고위 대테러 보좌관이었던 리처드 클라크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보내 지도자들과 만나도록 했으나 UAE 지도자들은 그런 제의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이자즈는 미국 정부가 클라크를 보냄으로써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협상을 깨트린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거절한 3번째 제의는 사우디 아라비아 정보기관으로부터 온 것으로 당시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가 책임자로 있던 사우디 정보기관의 구체적인 제의내용은 아직도 분명치 않으나 빈 라덴을 만나러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그의 모친의 짐가방에추적장치를 부착하자는 것이었으며 CIA는 이를 거절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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