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남부 산악지대 바그란 인근에서탈레반정권의 지도자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의 신병을 넘겨받기 위한 투항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마르와 오사마 빈 라덴의 도주에 종지부가 찍힐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프간 정보당국은 칸다하르 함락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오마르가 바그란내에 숨어있는 것을 확인했고 지난해 12월31일부터 1천∼1천500명의 탈레반 잔당을 보호하고 있는 현지 부족원로들과 오마르의 투항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에 더해 빈 라덴이 오마르와 함께 행동하고 있을 개연성도 제기되고 있어 빈 라덴과 오마르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마르가 한 달전까지 칸다하르에 있다 잠적한 반면 빈 라덴은 토라 보라 동굴 산악지대에 은신해 있었을 것이란 추정만 있었을 뿐 행적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빈 라덴과 오마르, 알-카에다 지도부에 현상금 2천500만달러를 걸어놓은 미 당국은 바그란에서 나오고 있는 오마르 투항 협상설에 대해 긴가민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 존 스터플빔 해군소장은 바그란에서 투항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했으나 이 협상이 오마르의 신병인도와 관련된 것인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협상이 오마르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아프간 현지에서 빈 라덴과 오마르 색출 작전에 직접 참가하고 있는 미특수부대의 한 중령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신뢰성을 부여할 만한 단서를 갖고있다'면서 바그란의 투항협상설이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그동안 벌인 전쟁이 탈레반 축출과 새 정권수립으로 귀결됐으나 탈레반 지도자인 오마르와 9.11테러 주모자 빈 라덴을 체포하지 못하는 한 이같은 승리가 `절반의 승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아프게 느끼고 있다. 미국이 오마르 투항협상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혹시 빈 라덴도 오마르와 함께 있는지 알아보는데 전 정보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빈 라덴의 행방을 찾는 것은 그야말로 `건초더미속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 입증된 상태다. 미국은 토라보라의 동굴들을 필사적으로 뒤지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헛수고에 그쳤다. 토라 보라 산악지역에서 빈 라덴을 찾기위한 동굴 수색작전을 지휘해온 존 멀홀랜드 대령은 빈 라덴이 토라 보라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지적하면서 '빈 라덴이 수십t의 돌더미에 깔려 죽었거나 이미 다른 곳으로 탈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특수부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 라덴을 체포하고 알-카에다를 와해시킬 수 있는 단서를 찾기위해 토라 보라 일대에 대한 수색작업을 계속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