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영국 외교관들은 아프가니스탄 주변의 구 소련과 파키스탄 및 이란 간에 아프간을 분할하는 문제를 비밀리에 논의했던 것으로 2일 처음 공개된 공식문서에서 밝혀졌다. 이 문서에 따르면 당시 아프간이 곧 혼란과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었던 가운데 한 고위 영국 외무부 관리는 아프간의 '궁극적인 소멸이 큰 비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의 긴장이 고조되던 1950년대 초의 영국 외교관들은 약화된 아프간이 팽창주의적인 소련과 인도 사이에서 실질적인 완충지대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려했다. 결국 영국 외무부 관리들은 지역 안보를 보장하는 최선의 해결책은 아프간을 이란, 소련 및 파키스탄 간에 힌두쿠시 산맥을 따라 분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남아시아 지역을 장기간 식민지배했던 영국은 인도를 파키스탄과 분할하고 양국의 독립을 승인한 후 1947년 이 지역을 떠났었다. 과거 아프간을 식민통치했던 영국은 아프간과 3차례의 전쟁을 벌였었다. 1951년 영국 고위 외교관 R. H. 스콧은 존 가드너 당시 카불 주재 영국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프랑스가 지역문제의 '분명한 해결책은 분할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스콧은 이 서한에서 '언젠가 소요사태가 발생하면 아프간의 궁극적인 소멸이 비극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아프간의 생존은 장기적으로 의문스럽다'고 썼다. 가드너 대사도 약화된 바햐헬 왕조에 대한 영국의 지원정책이 실효성이 없으며 아프간인들이 소련군의 침공에 저항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침공군이 다년간의 게릴라전으로 골탕먹게 될 것이라면서 군사개입에 경고하는 입장을 보였다. 가드너 대사는 '권력공백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면서 '권력 공백이 생길 경우 이전처럼 파탄족들이 카불 약탈을 시도하거나 러시아가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도 '강제 분할'이 불가능함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가드너의 반대때문이었는지 발송되지 않은 서한의 초안에서 내부로부터의 몰락을 촉진하는 더욱 미묘한 접근을 제의했다. (런던 = 연합뉴스) b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