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무려 5명의 대통령이 갈리는 극심한 정국 혼란 속에 등장한 에두아르도 두알데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은 '파산' 상태에서 새출발을 하게 됐다. 두알데 신임 대통령은 경제난에서 비롯된 주민들의 유혈시위 속에 잇따라 실각한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상황을 최우선 과제로 풀어 나가야 한다. 정부의 긴축정책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을 다독거리는 한편 공황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1천39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관리하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좌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두알데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당파를 초월한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천명하고 페소화와 달러화를 1대 1로 태환하는 페그제가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장의 급작스런 동요를 의식한듯 10년째 실행중인 페소-달러 태환제를 폐기한다고 공식 천명하지는 않았다. 로드리게스 사 전 정부가 이달 중순부터 유통하겠다고 발표해 국민의 불안을 야기한 제3의 통화 아르헨티노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 페소-달러 페그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하면서 '(페그제는) 200만 국민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중산층과 산업을 파괴했으며, 일자리를 공중분해했다'고 비판했다. 페그제는 당초 극도의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됐으나 아르헨티나의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3년 6개월째 계속되는 경기침체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두알데 대통령은 또 정부가 국민에 빚지고 있는 연금과 월급을 지불할 돈이 없다면서 '아르헨티나는 파산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의 예금계좌 부분동결조치에 분노, 폭동에 가세한 시민들을 달래기 위해 달러로 예금한 예금주들은 같은 통화로 인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두알데 대통령은 사 전정부가 발표한대로 외채 및 이자 상환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의 협조와 이해를 당부했다. 이밖에 ▲부패 정치인 처벌 ▲생산 및 국내 소비 회복 ▲부의 공정한 분배 등을 새 정부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엄청난 빚더미와 높은 실업률, 바닥 난 정부 돈, 경제 지원과 긴축정책을 연계하는 국제통화기금, 극에 달한 주민들의 불만 등 안팎의 난제 속에서 20년 전 민정 복귀 후 최악의 정치, 경제적 위기를 풀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na.co.kr